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한 마디에 8일째 급등하던 코스피가 거꾸러졌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잇따라 하락했다.
이달 23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과 내달 3~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유럽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이 도출될 것이란 기대가 꺾인 탓이다. 장중 발표된 중국 경제성장률도 악재로 작용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1.41%(26.28포인트) 하락한 1838.90을 기록했다.
일본 니케이225는 전날보다 1.55% 떨어졌다. 중국상해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가 2%이내의 낙폭을 기록했고, 홍콩항셍지수는 3.50% 넘게 하락했다.
이날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791억원, 173억원 동반 매도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는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5일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5.1원 오른 1145.6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6일 반등에 성공한 이후 17일까지 8거래일간 198.66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2009년 7월 14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 11거래일 연속 상승 이후 27개월 만에 세운 최장 기록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프랑스 파리회담에서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밝는 분위기였다.
특히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채무의 민간 부문 손실비율(21%→최대 50%) 도출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등 3가지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기대가 팽배했다.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지난 14일에도 코스피는 0.67% 상승했다.
그러나 유로존의 '맏형' 독일의 메르켈 총리의 한 마디에 하늘 높이 치솟던 코스피도 날개를 접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자국 내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독일은 자국 내 부실이 적은 데도 유로존 내 채무국들을 도와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탓에 유로존 구제금융 확대를 둘러싸고 기독교민주당(CDU), 자유민주당(FDP), 기독교사회당(CSU) 등이 참여한 연정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독일은 EFSF 문제만큼은 반대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무한대로 국채 매입을 해주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의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단기 조정이 이어질 수 있지만 더 긴 시계로 보면 코스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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