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한-EU FTA 효과’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업계의 실적은 어떨까. <하단 관련기사 참조>
대략적인 수치상으로 분명 효과가 보인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발표에 따르면 한국차(현대ㆍ기아)의 지난 7~8월 판매량은 9만8508대로 전년동기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점유율도 지난 8월 역대 최대인 5.9%를 넘어섰다.
유럽 등지의 수출이 늘며 한-EU FTA 발효 시점부터 3개월(7~9월) 동안 국산차의 총 글로벌 수출대수도 73만5000여 대로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늘었다.
이에 따른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액 역시 같은 기간 110억3000만 달러와 63억60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상당 부분 ‘착시’ 효과다. 실제 수치를 뜯어보면 한-EU FTA 효과는 생각보다 미미하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내수 프리미엄 시장 잠식으로 인한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먼저 국산차 전체 해외수출량을 보면 전년동기대비로는 늘어난 10% 선이지만 올 상반기의 증가량에는 오히려 못 미치고 있다. 실제 전월비로는 7월 -12.3%, 8월 -17.7%로 매월 하향 추세에 있다. 지난 9월 들어서야 15.5% 늘어난 25만대를 수출했다.
완성차 수출 액수도 마찬가지다. 지식경제부 통계치에 따르면 7월은 전월에 비해 -11.0%, 8월은 -16.9%로 역성장하다 역시 9월 들어서 제자리(20.5%)를 찾는 모양새다.
EU국과의 관세가 즉시 철폐,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부품업계의 수출 역시 7월에는 22억7000만 달러로 전월비 18.9% 늘어났으나 8월에는 다시 13.7% 감소하고, 9월 6.9%로 늘어나는데 그치며 매월 20억 달러 전후의 수출액에서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컨대 자체 경쟁력 향상 및 경쟁사 부진으로 최근 1~2년 실적이 늘어난 것이지 이를 한-EU FTA 효과로 보기는 무리가 따른다.
수치상으로 늘어난 현지 판매량 중 상당수도 동유럽 현지 공장이나 인도 등지서 수출되고 있어 한-EU FTA에 따른 관세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유럽 외에도 연산 10만대 터키 공장과 연산 60만대의 인도 첸나이 1ㆍ2공장 생산 차량도 일부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순수하게 국내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차량 대수역시 전년동기대비로는 65.5%(7월), 157.5%(8월) 증가 추세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줄고 있다. 7월은 전월보다 28.7% 못 미치는 3만6841대, 8월에는 이보다도 14.7% 못 미치는 3만1419대를 수출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국산차의 수출 및 해외판매 증가는 2009년부터 본격화 한 자체 역량 강화와 경쟁사인 일본차의 부진에 따른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한-EU FTA로 인해 현대차가 i40를 국내 생산, 수출하는 등 글로벌 생산 유연성은 높아졌지만, 완성차 및 부품 수출 효과가 가시화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국내 시장에서는 유럽차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르노삼성을 포함한 유럽 브랜드의 국내 점유율은 14.0%로 전년동기대비 19.4%포인트 증가했다. 전량 국내에서 생산하는 르노삼성을 제외하더라도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유럽 브랜드의 점유율이 5.6%포인트까지 늘었다.
한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점유율이 이만큼 늘어난 것은 브랜드를 강화하려는 국산차 업계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들이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소형차를 공략하게 된다면 내수 시장 전체 판도도 뒤흔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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