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는 20일 ‘전세계 펀드들이 그리스 디폴트를 기정 사실화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메릴 린치가 조사한 주요 펀드 매니저의 근 4분의 3이 ‘내년 1분기 디폴트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또 응답자의 60% 이상은 유로 채무 위기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지적했다. 꼬리 위험이란 쉽게 발생하지는 않지만 일단 생기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위험을 말한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가장 위험하다는 응답률도 지난달 조사 때보다 두배 이상 늘어나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게 늘어났음을 반영했다.
반면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펀드 매니저의 우려는 이전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에 침체에 빠질 것’이란 응답이 25%로 지난 9월의 40%에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하버드대의 마틴 펠트슈타인 경제학 교수는 19일 CNBC TV 회견에서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로 갈 것임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 수준인 그리스의 채무가 연말까지 10%포인트 더 높아지면 달리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두자릿수의 높은 실업률과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급격한 점을 상기시켰다.
펠트슈타인은 그리스가 유로권에서 이탈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징벌이 없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경제 리서치 책임자 스티븐 코키란도 19일 키프로스 리마솔의 회동에 참석해 “그리스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면서 따라서 “민간 채권단이 아마도 (최대) 60%의 헤어컷(손실률)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그는 유럽 지도부가 그리스의‘질서있는 디폴트’를 모색해온 점을 상기시키면서“내년에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로권은 지난 7월 그리스의 헤어컷을 21%로 합의했으나 독일은 그리스 채무를 실질적으로 탕감하기 위해 50~60%로 높이자는 입장이다.
반면 프랑스 등은 ‘채권시장에 나쁜 선례가 된다’며 반대해 오는 23일의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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