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3일 ‘중동 국부펀드 현황과 활용방안’이란 자료에서 중동 국부펀드의 주요 투자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확대됐다며 우리나라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국부펀드는 외환보유고의 일정 부분을 재원으로 조성해 투자를 목적으로 정부가 직접 운용하는 투자기구다. 중동 지역은 2000년 이후 유가 상승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 흑자에 힘입어 9월 현재 1조7000억원 달러 상당의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국가별 국부펀드 규모를 보면 아랍에미리트(UAE)(7190억 달러, 2위), 사우디아라비아(4780억 달러, 4위), 쿠웨이트(2960억 달러, 6위), 카타르(850억 달러, 8위), 리비아(700억 달러, 10위) 등 중동 지역 5개 국가가 세계 상위 10위권 내에 포진하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는 또 오일 머니나 무역 흑자 등의 국가 재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규모가 크고 장기투자 성향을 띠고 있다.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는 중동 국부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자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투자를 시도하고 있다고 KIEP는 전했다.
중동 국부펀드는 2000∼2008년 전체 투자의 28%를 북미에, 35%를 유럽 지역에 집중하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대한 투자는 7%에 그쳤다.
하지만 2010년들어 아시아ㆍ태평양에 대한 투자가 전체 49%로 급증했고, 유럽 지역은 27%, 북미는 3%로 축소됐다.
중동 국부펀드는 투자지역 다변화와 함께 투자 분야의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KIEP는 “중동 국부펀드는 과거 주 투자처였던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투자 분야를 기업 인수합병, 인프라 프로젝트 등으로 분야를 넓혀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도 느는 추세이나 여전히 한국 내 투자환경에 대한 정보 부족과 문화ㆍ종교적 차이에 따른 심리적 거리감, 의사소통의 불편 등으로 투자가 활발하지 않다고 KEIP는 지적했다.
KIEP는 중동 국가들의 특성상 왕족이나 정부 고위관계자와의 인적 관계가 투자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해 한국 투자환경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인적 교류기회의 증진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정부가 중동 국부펀드를 국내 사모펀드들과 연결해 대체투자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중동 국부펀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KIEP는 이와 함께 한국투자공사가 중동 국부펀드와 직접 상호협정을 맺거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국내외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가령 석유화학, 환경, 정보기술(IT)/벤처, 신재생에너지 등 중동의 산업화 정책에 들어맞는 분야를 발굴해 한국의 기술과 중동의 자본이 결합하는 합작 패키지를 개발할 수 있다고 KIEP는 설명했다.
KIEP는 그러나 국부펀드연구소(SWFI)의 투명성 지수 평가에서 중동 국부펀드 12개의 평균이 3.41점으로 세계 평균(5.65점)에 크게 못 미칠 정도로 투명성과 지배구조 수준이 낮아 국부펀드 관련 명확한 규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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