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빚과 이자 부담을 감당하느라 가계에서 자금을 비축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지난 8월 현재 은행의 저축성예금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들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를 짓누르고 있는 부채 해소를 위한 후속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가계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388조90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8년 9월 1.0%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치다.
저축성예금은 은행 등 금융기관의 예금 가운데 예치기간을 미리 약정하거나 일정 기간의 지급 예고기간을 설정한 예금을 뜻한다. 예를 들면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등이다.
가계의 저축성예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꾸준히 두자릿 수 증가율을 보여왔으나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추세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11.9%에서 △6월 11.1% △7월 9.4% △8월 7.9%로 4개월 연속 증가폭이 둔화했다.
은행의 전체 저축성예금 월말 잔액은 833조7529억원. 이 가운데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46.7%로 지난해 11월 46.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저축성 예금 증가폭이 둔화되는 것은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이자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에 쓸 자금을 이자와 빚 상환에 투입해 저축 여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한은의 가계신용 조사결과 2분기 말 가계신용은 876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900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1분기 857조4000억원보다 무려 18조9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에서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대출액과 신용카드 할부가 가계에 빌려준 가계대출, 신용카드나 할부 판매 이용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으로 전체 가계부채 규모를 나타낸다.
이와 관련해,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최근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가 신용등급 유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프랑스의 일간지 '르몽도' 역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성예금 증가율 둔화 요인으로 저금리 국면의 장기화를 꼽고 있다.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3.76%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가계가 자금을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는 등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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