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삼지연 악단의 공연을 본 피시씨는 “길거리, 식당 등 어디에서 만나는 북한 사람들은 쉽게 음악을 꺼내 놓을 정도로 예술가적 기질이 있어 보이지만, 삼지연 밴드의 공연은 지루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북한의 역사를 찬양하는 내용을 되풀이 하고, 따라서 관객과 소통할 수 없는 공연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연이 있었던 평양 대극장에는 일본에서 온 한인 여학생들(조총련계)와 일반 북한 주민들도 있었지만 중간 중간 졸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때 “삼지연의 공연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은 외국인들만은 아닌 것 같다”고 피시씨는 덧붙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북한 주민들의 성향은 김일성의 음악 애호가 기질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음악과 예술을 정치 선동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특수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피시씨는 김정일이 만든 ‘김일성 장군은 우리의 태양’이란 노래를 처음에는 D메이저로 만들었으나 김일성이 더 높은 키를 좋아해 E메이저로 다시 바꾸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김일성은 “더 높은 톤으로 불러야 노래가 산다”고 코치했고, 김정일이 이를 따랐다는 것이다.
미국인을 포함한 20여명이 넘는 서구의 관광객들이 공연을 보고 평양 구경을 했지만, 별다른 제약은 없었다고 한다. 피시씨는 지난 2008년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 공연을 했을 때도 북한을 방문했었고, 오히려 그 때보다 지금이 외국인들에게 더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4박5일 북한 관광 패키지 외에도 더 긴 기간의 여행도 쉬워졌다고 한다. 심지어는 북한 정부가 제공하는 크루즈 관광 상품도 새로 생겼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08년 방문 때믄 “미국은 나쁜 놈들”이라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근 방문에서는 전혀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피시씨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미국 군함 중 유일하게 해외에 압류되어 있는 푸에블로 호(1968년 피랍)를 관람했을 때의 기분은 묘한 것으로 피시씨는 묘사했다.
한편 삼지연 악단은 분학 만수대 예술단 소속으로 클래식 음악 대중화 공연을 하고 있다. 바이올린, 아코디언, 첼로 등 서양 악기로 무장한 50여명의 20대 초반 ‘얼짱’들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음악 뿐 아니라 외국 음악도 레퍼토리 형식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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