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FT)는 25일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들이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투기등급 기업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사실상 자금 조달이 모두 막힌 상태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선진국 은행들의 유동성이 줄고 불확실성이 커져 거대 투자회사들도 기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 채권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의 자본시장에서 분리되지 않은 아시아 시장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시장 규모도 크지 않다고 우려했다.
로넌 매컬루 홍콩 모건스탠리 대표는“미국 등이 재정위기로 시장에서 자산재평가가 가시화되면서 아시아지역 채권과 미국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 8월초부터 채권 발행이 실질적으로 중단되는 등 아시아는 여전히 국제 자본시장 흐름의 인질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달 말 한국수출입은행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아시아 지역 최초로 10억 달러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으나 높은 금리를 물어야 했다. 당시 발행금리는 4.44%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가산금리 2.4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었다.
신문은 "아시아의 현재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는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라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애로는 이 지역의 경제 성장을 악화시켜 자금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위험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신문은 유럽 채무 위기가 즉각 해결되더라도 금융 규제는 오히려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 기업들의 차입 부담이 크게 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아울러 중국의 긴축정책이 강화될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슐리 윌킨스 홍콩 소시에테 제네럴 부대표는 호주와 한국의 경우 외국계 은행이 기업에 제공하는 여신의 50% 이상을 점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두 나라가 특히 타격받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10여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흑자를 내는데 주력해 왔다"면서 "그러나 아시아 기업들은 자금조달 비용의 증가와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급격한 감소라는 변수에서 항상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도미니크 주리스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투자부문 대표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융권이 자금을 회수하는 상황에서 관건은 아시아지역 기업 스스로 어느 정도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