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외환정책’이 경제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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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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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원화값이 급락하고 한국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것은 외환시장의 취약성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도는 높은 반면에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취약해 환율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외환시장이 '정책 사각지대'에 빠지면서 위기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위기가 발샐할 때마다 '한국 위기론'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오는 11월 말이면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규모 1조 달러 시대를 맞게 될 한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25일 정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외환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역외선물환시장(NDF) 등 투기적 거래에 영향을 받아 매번 대혼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국제금융정책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각지대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제도는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국이 관할하고 있지만 시장육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자본유출입 규제에만 집중하고 있고, 그나마 외환시장 모니터링 기능은 스무딩 오퍼레이션(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직간접 개입에 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국내 금융시장 육성이 주기능이어서 정부 정책라인에 국제금융을 전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인력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통화정책의 최일선에 있는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을 키우기보다는 규제 일변도의 제도만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소극적인 외환시장 정책은 시중은행들에게 떠넘기식 달러운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조선사 등이 대규모 달러 수주를 선도거래로 헤지하기 위한 예탁금을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 등에 재예치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수수료만 챙길 뿐 적극적인 시장참여를 꺼리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제도적 미비사항도 한 몫 하고 있다.

지난 3분기말 시장의 대혼돈 당시 드러났듯이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는 국내 수출입업자들의 결제 유동성 확보에 쓰이기보다는 환투기 방어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면서 최근 원화값 급등락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글로벌 위기상황이 재발할 경우 환투기 세력이 국내 외환시장을 노릴 개연성이 충분하다. 국내 외환시장의 규모와 자본시장 개방도가 지금처럼 불일치하는 상황에서는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를 환율 방어에 소진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구조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융불안 확대 시 원화 환율이 급등락 하는 두드러지는 배경은 일차적으로는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도와 외환시장 규모 사이의 불일치를 꼽을 수 있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불안한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기자금의 규제도 중요하지만 국제금융을 전담 관리할 수 있는 정책당국자와 대형 플레이어들을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무역규모가 내달이면 명실상부한 1조 달러 시대를 맞게 된다"며 "국내 외환시장도 이에 발맞춰 관리할 수 있도록 키워 역외외환시장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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