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사상최고치인 장중 달러당 75.73엔까지 상승했다. 25일 76.2엔에 이어 더 낮아진 수치다.
미국이 추가적인 금융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되며 엔화 가치는 더 올랐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달 추가 금융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달러 약세, 엔 강세가 심해지고 있다.
엔화 강세로 가장 고민에 빠진 곳은 일본 수출 기업이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흑자지만 최근 발표된 4~9월 무역수지는 1조6666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79년 이후 최대 적자폭이다. 일본의 수출 제조업체들이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환율수준은 달러당 86.7엔인데 최근 이보다 10엔 이상 낮다.
이로 인해 일본 수출제조 기업들이 공장을 외국으로 옮겨가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빨라질 조짐이다. 일본 제조업체의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은 2000년 매출액의 15.9%에서 2010년 25.1%로 크게 올랐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24일 엔고 현상을 지적하며 “이 환율 수준으로는 신규사업을 국내에서 할 수 없다”며 “산업이 완전히 공동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엔화 강세를 염려한 일본은행은 도쿄 금융시장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27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적인 금융완화책을 검토키로 했다. 엔고로 인한 경제 침체를 우려해 국채와 사채를 사들이는 기증 증액 방안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무성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7조3300억엔을 투입해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였다.
아즈미 준 재무상은 26일“엔화 강세에 대한 위기감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와 공유하고 있다”면서“일본 은행이 적절히 대응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재무성은 일본은행과 국채 및 회사채 등의 매입기금을 증액하는 것을 축으로 추가 금융 완화책을 협의할 방침이다. 현재 50조엔의 자산 매입 기금 규모를 5조엔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루카와 모토히사 경제재정·국가전략 장관도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엔고가 기업 이익 감소 및 수출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필요할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일본 북동부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엔화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당시 주요 선진 7개국(G7)이 7000억엔에 달하는 공동 외환기금을 만들어 시장 개입에 나서며 강력하게 대응하자 엔화 환율은 달러당 79엔에서 85엔으로 올랐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