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은행 수수료 인하 ‘무풍지대’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최근 과도한 수수료 지적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자동화기기(ATM)와 창구 거래 수수료 인하를 발표했지만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자체 상품에 수수료 면제 혜택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에 굳이 수수료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26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여타 시중은행보다 수수료가 높은 편이다.

같은 은행에 1만원을 이체할 경우(자행이체) 창구이용 수수료로 SC제일은행은 1500원을, 씨티은행은 1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여타 시중은행은 500원~1000원 이내에서 부과하거나 면제다.

ATM 이용 자행이체 시 수수료도 두 은행 모두 600원을 적용하고 있다.

1만원을 타행으로 이체할 경우 창구 수수료는 SC제일은행이 3000원, 씨티은행이 2000원으로 최고 수준이다. ATM을 이용하면 마감 전에는 1000원에서 마감 후 1500~1600원으로 역시 가장 높다.

하지만 이들 은행은 금융감독당국의 수수료 인하 권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최근 국내 18개 시중은행 가운데 SC제일ㆍ씨티ㆍ수출입은행 3곳을 제외한 15개 은행 실무자들을 불러 수수료 체계 개선과 인하 방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금감원 은행영업감독팀 관계자는 “수은은 소매금융을 하지 않아 제외됐으며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각 은행의 상품에 가입만 하면 수수료 면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인하 요구 대상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이들 은행이 상품을 통해 고객들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대신 지고 있으므로 굳이 수수료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상품은 SC제일은행의 ‘두드림 통장’과 씨티은행의 ‘참좋은 수수료 제로통장’이다.

SC제일은행의 ‘두드림 통장’은 가입 고객에게 전국 모든 은행의 ATM 출금 수수료와 시간 외 자행이체 수수료, 창구거래 수수료 등을 면제해주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두드림통장은 가입 조건이나 금액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하나의 상품에 5~6개의 수수료 할인 혜택이 폭넓게 주어지기 때문에 따로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참좋은 수수료제로 통장’은 아직 출시 전 상품이다. 은행 측은 오는 31일 상품 설명회를 가진 후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상품을 통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할 것이며 이는 최근 수수료 인하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