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선거전을 치르며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여권은 막상 뚜껑을 열자 두 자리수 %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전초전’ 격으로 판이 커졌던 만큼 한나라당을 비롯한 여권 전체는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당분간 패닉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MB ‘레임덕’ 본격 가속
그동안 조금씩 커져왔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 논란은 이번 선거 패배를 계기로 급격하게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후보를 비롯한 야권에서 이번 선거기간 내내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해 왔으며 보궐선거가 실시된 원인이 된 무상급식 논란 역시 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야권의 논리가 부딪혀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를 둘러싼 논란 역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서둘러 수습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현 정권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모양새가 됐다.
또 박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으로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청와대를 향한 여론의 압박도 함께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론의 압박과 더불어 저축은행이나 이국철 SLS 그룹 사장의 폭로 등 청와대 측근 비리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경우, 현 정부의 레임덕 가속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지도부 사퇴 압박 커질 듯
이번 선거 기간 당 지도부를 포함해 당원 전체가 나서 나 후보를 지원했던 만큼 당 지도부역시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선거와 관련,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일 뿐 내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의식적인 ‘거리두기’를 했으나 득표 격차가 예상 밖으로 컸던 만큼 어떤 방법으로 든 책임론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미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에 휩싸여 있던 당내 의원들은 이번 결과를 통해 서울 민심을 눈으로 확인한 만큼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4.27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당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던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이번 패배를 계기로 당내 입지 탈환을 노릴 수 있다.
다만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후보로 나섰던 나경원 최고위원 역시 친이계로 분류되는 만큼 이번 패배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현 지도부에 대한 압박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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