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유럽은 불황에도 ‘근로자가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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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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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요즘 경기상황이 나빠지면서 독일에서도 간혹 주말근무를 하곤 합니다.”(프랑크푸르트의 한 안내원)

“현대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올 9월부터, 기아차 체코 공장은 내년 1월부터 3교대 근무를 시작합니다. 야간 근무나 주말 특근은 생산량을 극대화 할 수 있지만 노동자 권익이 세서 쉽지는 않습니다.”(현대ㆍ기아차 유럽법인 관계자)

“버스 운행시간 때문에 이제부터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버스 내 운행장치가 기록되서 이 차는 앞으로 10시간 동안 무조건 운행하면 안됩니다. 어길시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합니다. 운전기사 역시 웃돈을 준대도 추가 업무는 거의 하지 않으려 합니다.”(프라하의 한 안내원)

금융위기 불안감이 감도는 유럽을 방문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근로자가 왕’이었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가릴 것 없이 주말ㆍ야간 근무는 이곳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법적 조치가 있다. 하루 법정근로시간이 있고, 고용노동부나 인권위에서 근로자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보다는 상사의 지시가 우선이다.

유럽은 한국과 소득 수준이 비슷한 국가에도 매년 4~6주의 휴가와 수년 동안의 실업급여 등 각종 편의장치가 있다. 물론 엄청난 세금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가족 중심의 문화라는 차이점도 있다. 한국의 경우 ‘회식도 업무의 연장’인 반면, 독일의 경우 직장인끼리의 모임은 연 1~2회 있는 ‘흔치 않은 행사’다.

체코 프라하의 한 안내원은 말했다. “체코가 공산국가이던 시절 비록 어렵게 살았지만 장수 국가에 속했습니다. 시장경제주의를 받아들인 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게 됐지만 평균 수명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먹고 사는 고민을 하게 됐기 때문일까요.”

문득 한국인이 일보다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 어떨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는 ‘우리가 죽을 힘을 다해 일한 덕분에 선진국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신화 같은 믿음이 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일하다가 이 글을 보게 될 당신, 한국의 직장인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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