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국내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이나 이같은 잠재적 리스크 요소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외국인 자본 유출입 변동성, 여타 신흥시장국보다 국내가 높아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했던 지난 8~9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럽과 미국계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했다.
이에 따라 9월말 현재 외국인의 국내 주식보유잔액은 2695억 달러로 전년말 대비 17.4% 감소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중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말 31.1%에서 올해 9월말 현재 30.9%로 낮아졌다.
한은은 “외부 충격 발생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우리나라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 국가 채무위기가 은행위리고 전이돼 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이 현실화되고 미국 경제의 성장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외국인 자본 유출입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한은은, 상대적으로 여타 신흥시장국보다 국내의 자본시장 발달과 개방도가 높고 국내 유입된 외국인 증권투자 규모도 크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 2009년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8346억 달러로 25개 주요 신흥시장국 중 11위를 차지했으며, 주식시장 회전율은 178.5%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한은은 이어 국내 은행 및 외은지점의 유럽계 자금 차입 비중이 높아, 유럽 국가 채무위기 확산 시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7월말 현재 유럽지역으로부터의 차입 비중은 32%이며, 본점 국별로는 41%를 차지한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수출입의존도가 높은 데다 원화도 국제결제통화가 아니어서 국제금융시장 경색으로 외화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외환건전성이 일시에 악화된다”면서 “또한 국내은행이 운용하는 외화채권의 대부분이 수익률이 높은 한국기업 및 금융기관 발행채권이어서 외화유동성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은은 “선물환포지션한도, 외환건전성부담금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정책을 외국자본 유출입 상황 변화에 따라 더욱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국내 은행은 위기 시에도 손쉽게 현금화가 가능한 우량 해외발행 채권(선진국 국공채 등)으로 투자 대상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취약 계층 가계부채 부담, 부실 위험 요소로 작용
가계부채의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낮으면서 이자만 납부하는 취약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의 26.6%에 달하고 있어 부실 증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취약대출은 올해 하반기부터 2012년 중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은 34.8%를 차지해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인한 부실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급락 또는 금리 상승 등의 충격이 발생하면 이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보유 주택을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비은행금융기관 가계대출 증가율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7.8%로 같은 기간 은행권(8.5%)을 크게 상회하면서 가계 이자지급부담 증대, 다중채무자 확대 등의 부작용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비은행권 신용대출금리는 24.4%로 은행(9.8%)보다 평균 2.5배 높고 올해 6월말 현재 비은행권 차입자이면서 은행 또는 여타 비은행 권역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는 57%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비은행권역에서 발생한 부실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규 차입자를 중심으로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의 저소득 계층의 대출도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 중 총 대출 증가액의 37%를 차지하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한은은 이에 대해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대출 등 정부의 서민금융지원이 확대된 것 외에 가계수지 악화로 인해 생활형 차입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소득계층 하위 1분위의 소비성향이 134%로 지난 2009년 하반기(128%)보다 높아지면서 적자폭이 -28%에서 -34%로 확대되는 한편, 2분위도 소비성향이 91%에서 94%로 상승하고 흑자율도 8%에서 3%로 크게 줄었다.
한은은 "저소득자의 경우 소득에 의한 채무상환능력이 낮은 데다 차입금리 수준도 고소득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연체발생 위험이 크다"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취약해지고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 등 가계 소득 여건 개선과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한 세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한은은 지방 주택가격 오름세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와 수도권의 대형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과다 차입 등으로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악화도 잠재위험 요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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