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나SK카드가 하나은행으로부터 분사한 뒤 올해 KB국민카드가 독립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우리카드 분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이 카드사 분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카드 영업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카드사들의 순이익 규모는 1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전업 카드사들만 대상으로 한 금액이다.
은행 내 조직으로 카드 영업을 하고 있는 다수의 은행계 카드사까지 포함할 경우 순이익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처럼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카드사를 은행으로부터 떼어낼 경우 금융지주회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
카드대란 이후 매년 카드업계가 기록한 순이익에는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영업 확대를 위해 몸집 불리기에도 혈안이 됐다.
국민 1인당 신용카드 수는 카드대란 당시 4.6장에서 최근 4.9장으로 늘었다. 카드대란 직후 1만7000명 수준으로 줄었던 모집인도 5만명을 급증했다.
카드업계의 ‘탐욕’을 보다 못한 금융당국과 정치권, 음식점 등 관련 업계가 한 목소리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자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맹점 수수료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요구가 관철됐다는 성취감은 잠시였다. 카드업계는 즉시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할인·적립 서비스를 축소하겠다고 나섰다.
회원들의 혜택을 줄여 생기는 여력을 수수료 인하에 활용하겠다는 논리다.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따로 없다.
고객들은 카드사가 엄청난 돈을 벌도록 해주고 나서 ‘쥐꼬리 만큼’ 받던 혜택까지 모두 토해내야 할 처지가 됐다.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 제공을 위한 전월 이용실적 한도를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혜택을 받으려면 돈을 더 쓰든지, 아니면 포기하라는 식이다.
고객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수수료 인하라는 떡고물을 챙긴 가맹점들도 면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이 ‘길거리 모집’으로 불리는 무분별한 카드 발급 확대로 생사에 기로에 섰다가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겨우 살아남은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았다.
당시 양산됐던 신용불량자들은 금융 소외계층으로 전락해 아직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권의 탐욕에 맞서 시작된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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