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점은 이 두 신문의 논조가 서로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 르 피가로가 보수 색채를 적극 내 세우는 데 비해 르 몽드의 기사에서는 좌파 냄새가 물씬 풍긴다.
르 몽드는 일찍이 프랑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인도차이나 전쟁, 알제리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 전통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셈.
이 신문이 지난달 말 치러진 우리네 서울 시장 선거 결과를 분석하는 기사를 큼직막하게 다루었다.
제목도 도드라지게 “부패척결 주도한 인물, 서울시장 당선”으로 뽑았다.
르 몽드는 박원순 후보가 서울 시장으로 뽑힌데 대해 ▲불공정 사회 심화 ▲4대강 사업 ▲부정부패 만연 ▲정부의 지나친 관용주의 등에 대한 한국인의 불만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영화 한편을 쓸쩍 소개했다는 것.
바로 '도가니'다.
르 몽드는 장애인학교 교사들의 학생 성폭행 문제를 다룬 도가니가 상영된 이후 들끓는 여론에 밀려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며 많은 시민들에게 이 영화는 강자에게 관대하고 약자를 무시하는 현 한국사회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의 분석을 조금 침소봉대(針小棒大)하자면 영화 한편이 이번 서울 시장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 속의 사법부, 검찰, 지역유지 등으로 대표되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해 심한 분노를 감추지 못 했다.
그 분노가 소리 깊은 흐느낌으로까지 나왔다고 한다. 종국에는 흐느낌이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 진다.
이와 관련해. 르 몽드는 박 후보의 승리는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른바 중도 좌파가 대한 민국 정치 무대 전면에 재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10년만에 뒤바뀐 중앙 정치 권력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 집권 세력이 꼽씹어 봐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하나 더, 시대정신(時代精神)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게다.
그게 뭘까. 쉽게 말하자.
분노, 흐느낌을 신뢰, 웃음으로 바꾸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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