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大홍수> 국왕 “왕궁, 특별대우 원치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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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30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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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자연의 섭리대로 물이 흘러가게 하라”장기 입원중인 푸미폰 아둔야뎃(83) 국왕은 국가적 재난인 대홍수를 맞아 왕궁에 대한 특별대우를 원치 않는다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해 9월 고열과 식욕부진 등의 증세를 보인뒤 방콕 씨리랏 병원에서 장기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30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푸미폰 국왕은 최근 쁘라윳 짠오짜 육군 참모총장으로부터 홍수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왕궁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길 원치 않는다”며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푸미폰 국왕은 건강이 좋지 않지만 (홍수로 피해를 입은) 국민을 많이 걱정하고 있으며 군부대가 최선을 다해 홍수 피해자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쁘라윳 참모총장은 전했다.

태국 정부와 군부대는 푸미폰 국왕이 특별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방콕의 상징인 왕궁과 국왕이 입원해 있는 씨리랏 병원이 침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정 병력을 배치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태국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푸미폰 국왕은 국민으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다. 이번 홍수 사태에서도 편치 않은 몸으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태국 사회는 외형적으로 보면 헌법에 따라 총리와 집권 여당이 통치하는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그 이면에는 푸미폰 국왕으로 상징되는 왕실이 헌법 위의 존재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946년 즉위해 60년 넘게 재임하고 있는 푸미폰 국왕은 재임 기간 19번이나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헌법이 16번 개정되는 사회 격변을 겪었지만 현명한 지도력으로 고비때마다 사태를 해결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1932년 군부의 무혈 쿠데타로 태국의 절대 왕정체제가 무너졌다.

친형인 라마 8세 아난다 마히돈왕이 왕궁에서 의문의 피살을 당한 뒤 즉위한 푸미폰 국왕(라마 9세)은 즉위 초기에는 ‘명목상의 국가원수’에 불과했지만 국민에게 다가가는 행보로 왕의 절대적인 권위를 되찾았다.

그는 즉위 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 전국의 산각 벽지 등을 돌아다니며 각계 각층의 국민을 만나 어려움을 직접 들었다. 재임 기간 단 한 건의 부정부패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을 정도의 검소한 생활태도로 국민의 절대적인 신망을 얻었다.

특히 푸미폰 국왕은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군부 쿠데타 등 사회적 격변기 마다 결정적 순간에 중재자로 나서 사태를 해결함으로써 초월적인 권위를 더욱 강화시켰다.

푸미폰 국왕은 1973년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향해 발포하자 궁전 문을 열어 학생들의 편에 섰다. 1992년 군사정권에 의해 또다시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을 때도 직접 개입해 군사정권을 종식시켰다.

1992년 당시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수친다 총리와 야권의 잠롱 방콕 시장을 왕궁으로 불러들여 무릎을 꿇어앉히고 준엄하게 질책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커다란 감동을 줬다. 국왕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수친다 총리는 결국 해외 망명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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