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구조조정 특별계정 연장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예산 집행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관련 자금 출연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특별계정 운영기한 연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는 부실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의 의원 입법안을 금융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특별계정 연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무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부실 저축은행의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는 정부가 당연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며 “이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금융질서를 해친다는 당국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무위 소속 의원은 “특별계정 운영기한을 연장하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법적 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 부처 간의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당초 정부 예산으로 특별계정에 5000억원을 출연하자고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신 기재부는 1000억원 가량을 출연이 아닌 융자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을 살리는 데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예산을 수천억원씩 쏟아 붓기는 어렵다”며 “지원 금액을 회수할 정당한 명분이 있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조율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금융당국이 조성한 특별계정은 ‘사이비계정’”이라며 “정부의 정책 실패로 구조조정 대상이 늘어난 상황에서 특별계정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영업정지를 당한 부실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하는데 15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이 늘어나면서 관련 자금도 2조원 정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특별계정 연장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시장 불안감이 커지기 전에 정치권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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