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31일 “9억원의 금품수수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증거는 한만호 전 대표의 검찰진술 뿐인데 객관적 사실과 맞지않는 부분, 일관성과 합리성이 없는 부분이 있고 진술 자체에 추가 기소를 피하려는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보여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한만호 전 대표의 비장부와 채권회수 목록은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증거는 되더라도 그것을 한명숙에게 전달했다는 금품수수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문숙(51·여)씨에게는 5500만원과 법인카드를 받아 쓰고 버스와 승용차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4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사건에 이어 한 전 대표 사건에서까지 무죄판결을 받음에 따라 검찰이 ‘무리한 수사, 정치탄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 판결”이라며 “결백했으므로 무죄를 확신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년여 동안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시간을 보냈다”며 “저의 진실과 결백을 믿어주는 국민 여러분이 계셔서 제가 이렇게 여기까지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라며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이 합작해서 만든 이 추악한 정치공작에 대한 단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결을 예상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결백했고 돈을 받은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공정한 법적인 잣대로 한다면 저는 무죄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며 “이제 앞으로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검찰은 “법원의 무죄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항소할 방침”이라며 “세부적인 사항은 판결문 검토 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판결에 환영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이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돈을 주고받은 것으로 짜맞추느라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진실이 거짓을 이기고 이 땅의 정의가 정치검찰을 이겼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수사는 작년에 한 전 총리에 대한 다른 뇌물수수 사건의 무죄가 예상되자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시작한 것”이라며 “이제 정치 검찰이 국민 앞에 설 자리는 더욱 작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친노(親盧)계 인사인 백원우 의원도 “한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이 유죄를 받은 것과 같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 검찰의 추악한 공작이 국민 앞에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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