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적극 추진 세력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비(非)유로존 간에 상반된 입장이 다시 드러나고 해묵은 감정이 노출되면서 회원국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전날 열린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회의는 그리스 구제금융 건을 일단락지었으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재원 확충 방안은 합의하지 못한 채 12월 특별회의를 열어 최종 타결하기로 해 이날 EU 재무장관회의의 최대 쟁점은 금융거래세 도입 문제가 됐다.
금융거래세 도입은 지난 몇 년 동안 유럽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계속돼 왔으나 이번엔 EU 집행위원회가 각료회의에 정식으로 내놓은 실행 방안을 놓고 처음으로 본격 논의하는 자리였다.
EU 집행위는 이날 제안 설명에서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면 우선 초단타매매 등 금융시장의 불안과 투기를 증폭시키는 행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또 유로존 재정·금융위기에 큰 책임이 있고 시민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계과 투자자들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것이며, 시장에 큰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연간 570억 유로의 자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비중이 큰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금융거래세 도입 취지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이 역시 규제이며 유럽만 먼저 도입할 경우 금융업체들이 미국이나 홍콩 등으로 이전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금융거래세는 지난 3-4일 프랑스 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올랐으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가 반대해 무산됐다.
아네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도 ”금융거래세 도입은 경제성장을 저해할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며 빚이 많은 나라들의 차입 비용을 늘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리 장관은 이에 앞서 기자들에게는 ”애시당초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금융거래세 도입이 유로존 위기의 해소책의 하나로 나온 것이어서 非유로존 EU 국가들은 대체로 이에 반대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에 발끈해 ”세계 모든 국가가 합의하기까지 도대체 몇 십년을 기다려야 하느냐. 누군가가 먼저 시작하면 이뤄질 일“이라면서 ”정 안되면 유로존 국가들끼리라도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지금이 도입을 해야 하는 적기“라며 ”유로존 만이라도 먼저 시작해 금융시장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찬반 대립이 너무 뚜렷해 결론을 짓지 못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회의 중간에 나와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등 유로존 국가들 중에서도 반대 또는 유보적 의견을 낸 나라도 적지 않아 내년 중에 유로존의 별도 합의가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디디에르 레인더스 벨기에 재무장관은 일단 본격 논의가 이뤄진 것 자체가 진전이라면서 주요 추진국들과 집행위가 지지국가를 계속 늘려나가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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