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후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비메모리반도체 강화’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통신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며 하이닉스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SK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성장가능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이유로 비메모리반도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 기술을 위해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들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SK엠텍을 설립,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엠텍비젼과는 중국에서 공동으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PC 수요 감소로 메모리반도체 성장세는 한 풀 꺾였다. 반면 모바일기기 수요 급증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이 급증하는 등 비메모리반도체 전망은 밝다.
시장 조산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 687억 달러에서 올해 664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반도체는 2009년 1848억 달러, 2010년 2352억 달러, 2011년 2476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내년도 스마트폰·태블리PC 등 모바일기기 수요는 올해에 이어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모마빌 AP 등 관련 시스템반도체는 내년에도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메모리반도체는 가격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하이닉스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안정적인 실적의 토대를 구출할 수 있다. 하이닉스는 D램 가격 하락으로 올 2분기 44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가 3분기에는 27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투자자금을 쏟아 부어야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은 SK에게는 부담이다. SK의 지난해 그룹 전체 투자액은 8조원이다. 올해도 9조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지난해와 올해 연간 3조원이 넘는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신규 공장을 건설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금액이다. 하이닉스는 20나노 초반대 D램을 2012년 하반기까지 개발하고 2013년에는 10나노급 D램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도 최소한 4조원 정도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비메모리반도체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내년 비메모리반도체에 8조원을 자금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비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공정개발비용이 45나노가 5억 달러, 32나노가 8억 달러, 20나노가 14억 달러 정도 들어간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대한 하이닉스 내부 이견도 불안 요인이다. 하이닉스 노조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지금은 글로벌 업체들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 강점을 가진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다. 매출 중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97%로 압도적이다. CMOS 이미지센서, LCD구동칩(LDI) 등 비메모리반도체 매출은 3%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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