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이 자신들의 철학 등을 감안해 인터넷 ‘가명’ 사용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위킹사이트인 페이스북은 신뢰할만한 신원, 즉 실명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만 갖고 700만개의 다른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 자동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구글의 소셜네트워크 구글+도 사실상 오프라인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실명을 선호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이용해 일부 범죄자들의 계정을 동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은 최근 일부 가명 사용을 허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네트워크를 책임지고 있는 구글의 빅 쿤도트라 부사장은 지난달 컨퍼런스에 참석해 가명을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허용할 것임을 시시한 바 있다.
이에 비해 트위터는 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하면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활동이나 유명인을 모방한 ID까지 허용하고 있다.
트위터의 최고경영자(CEO) 딕 코스톨로는 “다른 사이트들은 사업을 위해 실명 사용을 주장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실명 사용과 관련된 데이터는 기업과 정부당국에 모두 사업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트리서치는 기업들이 최근 개인들의 데이터, 즉 ‘디지털 흔적’과 관련해 연간 20억 달러(한화 2조2천500억원 상당)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공공정책 담당 부사장인 엘리엇 슈라즈는 “근본적으로 실명사용이 신뢰성과 안전성을 제고하는 환경을 제공한다”면서 “페이스북은 항상 실명을 사용하는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실명 사용이 결국 항공티켓 구매대행 등을 포함한 페이스북의 사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비해 정치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랍세계와 영국내 시민운동가들은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을 동원하는데 효과적이지만 반드시 실명을 사용해야할 경우 운동가들에게 소셜미디어 이용이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미디어랩 책임자 조이치 이토는 이에 대해 “미국에서는 별 문제가 안되지만 시리아에서 실명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생명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블로거이자 전 구글의 임원이었던 와엘 고님은 ‘반(反) 무바라크’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면서 신변안전을 위해 가명을 사용했다가 한때 페이스북 계정이 차단된 적이 있다.
또 최근에는 ‘악마의 시’라는 제묵의 소설 때문에 이슬람 모독 혐의로 이슬람권의 살해위협을 받고 10년간 숨어지냈던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도 정확한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정이 차단되면서 페이스북에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의 ID로 여러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편리하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각종 정보까지 이들 사이트 사이에 공유된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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