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만 보면 '잡스런 글'의 모음이다. 실제로 책에는 진지한 문학론, 번역가로서의 감각적 번역론, 음악 애호가로서의 깊이있는 재즈론, 책벌레의 유쾌한 독서론,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인생론, 그리고 막역한 지기지우가 말하는 '내 친구 하루키 군' 등 다양한 분야 글이 담겼다.
무라카미도 책의 머리말에서 "이런저런 목적으로 이런저런 지면에 글을 써왔는데 아직 단행본으로 발표하지 않은 글들을 여기에 모았습니다"라고 밝히며 "에세이를 비롯해 여러 책들의 서문·해설 그리고 질문과 그 대답은 물론 각종 인사말, 짧은 픽션에 이르기까지 실로 '잡다'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 되었습니다."라고 책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책은 결코 잡스럽지 않고 매우 정갈하다.
평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하루에 일정 분량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고, 음악을 듣고, 야구 관람을 즐기고, 취미로 번역을 하고, 챈들러와 잭 런던을 즐겨 읽고, 맥주를 좋아하고 조개는 먹지 않는 보통 남자'로 자신을 소개하던 그는 잡문집에 기존의 자기 스타일을 모두 담으면서 새로운 세계도 선보였다. 무라카미 팬이라면 출간된 소설 이면의 문학과 그의 내면을 느껴볼 좋은 기회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한 무라카미는 이후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제껏 작품 50편 이상이 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출간된 상태며, 2005년 발표한 '해변의 카프카'는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504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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