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급여 동결 가장들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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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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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가구 중 3가구 적자…소득 1.6% 오를 때 지출 2.1%↑

(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부천에 사는 직장인 조씨(39세)은 요즘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 때문에 잠을 설친다. 지난해 은퇴한 아버지가 용돈벌이라도 하겠다며 아파트 경비일을 시작했고, 어머니도 허드렛일자리라도 찾겠다며 나섰기 때문이다.
 
 매달 500여만원의 적지 않은 봉급을 벌어오긴 하지만, 올 초 임신 때문에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수입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은 더 팍팍해졌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봉급도 당분간 동결된 상황이라 가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家長)’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도 적지 않다.
 
 조씨처럼 가장 혼자서 가계를 책임지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누적되고 있다.
 
 직장인들의 봉급은 수년 째 제 자리 걸음인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니 가계는 적자를 면키가 쉽지 않다. 여기에 대출이라도 받고 있는 경우에는 빚과 이자를 갚느라 허리가 휠 수 밖에 없다.
 
 20일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가구(2인 이상) 중 적자가구의 비율은 28.2%에 달했다. 2005년 같은 기간 28.3%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통상 10가구 중 3가구는 적자라는 얘기다. 특히 소득이 적은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적자가구 비율은 60%에 육박했다.
 
 물가는 뛰는데 벌이는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 것도 가장들의 부담이다.
 
 3분기 물가수준을 감안한 가구당 실질소득은 1.6%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가구당 실질소비지출은 2.1% 증가했다. 여기에 세금이나 연금, 사회보험 등 비소비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나 증가했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써야할 돈이 늘어나니 가장 외에 부모, 아내 등 가족들이 생활전선으로 뛰어드는 비중도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과 2011년 들어 일자리는 월평균 14만개 가량 늘었고, 이 중 9만2000여개가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수입이 있는 일자리에 취업했거나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의 증가율을 말하는데, 금융위기 이후 경제활동참가율을 주도한 연령층은 55세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가구주가 아닌 청년들과 중년 여성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사례가 증가한 것은 더 눈에 띈다.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2분기 이전까지 3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2010년 2분기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고, 30~54세의 중년 여성층의 취업자수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5만3000명이나 급증했다.
 
 문제는 가장과 함께 취업전선에 뛰어든 청년이나 고령층, 중년 여성층이 얻은 일자리의 질이 크게 낮다는 점이다.
 
 55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은 서비스업이나 건설업에 몰렸고, 청년이나 중년 여성의 취업은 근로시간을 분석한 결과 단시간 근로자가 증가, 파트타임 등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수경 KDI 연구위원은 “청년층이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확대된 것은 가구주 외에 부가소득자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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