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내년부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취재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기자들은 단정한 복장으로 구장에 출입해야 한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MLB 사무국이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중 처음으로 기자들의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8일 보도했다.
MLB 사무국과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전문적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답게 더 진중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이러한 '복장규정' 도입에 뜻을 같이했다. 사무국은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해당 기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장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자들은 앞으로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무릎 위로 3∼4인치가 올라간 미니스커트 ▲속이 훤히 비치는 속옷과 탱크톱 ▲한쪽 어깨를 드러낸 티셔츠 ▲배꼽티 ▲샌들 등을 착용하고 취재에 나설 수 없으며 MLB 특정 팀의 로고가 박힌 옷도 입어서는 안 된다. 샌들의 경우 양말을 착용하지 않고 맨발에 가까운 샌들 차림으로 로커를 출입하면 전염병을 옮긴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사무국 팻 코트니 대변인은 "이번 규제가 어떤 한 사건 때문에 생긴 것은 결코 아니다"고 애써 부인했다. '어떤 사건'이란 지난해 9월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욕 제츠의 쿼터백 마크 산체스가 라커룸에서 취재하던 멕시코 아스테카TV 여성리포터 이네스 사인스(사진)를 성희롱했던 사건이다. 당시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사인스는 평소 가슴골이 드러난 야한 복장으로 시선을 끌었고, 이 사건 이후 오히려 인기가 폭등했다. MLB는 부인하나, 이 사건이 이번 복장 규정 제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올해 마이애미 말린스의 임시 감독을 맡았던 81세의 잭 매키언 전 감독은 "과거에는 아주 무더운 날에도 기자들이 코트와 넥타이를 착용하고 경기장에 왔는데, 요즘은 기자들의 복장이 엉성하다"면서 MLB 사무국의 복장 준칙 제정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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