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출범 이후 줄곧‘전략적 인내’정책을 표방하며 북한과의 협상에 소극적 자세에서 최근 제한적이지만 적극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이는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야한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라는 외교적 성과도 노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 한반도 통일 관리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 7월과 10월 뉴욕과 제네바에서 북한과 두 차례 고위급 대화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하고 미국은 총 24만t의 식량지원을 하는 타협이 마련됐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다.
오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3차 북미대화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일단은 미뤄진 상태다.
미국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북한의 움직임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당시 북한과 미국은 제네바에서 핵협상 중에 김일성의 사망을 맞이했다. 이런 큰 충격을 받은 북한이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협상기조를 그대로 이어가 결국 그해 10월 제네바 합의가 탄생했다.
미국의 시나리오대로 전개 된다면 3차 북미 대화는 김 위원장 장례식이 끝난 뒤 적절한 시점에 다시 열릴 수 있으며 6자회담도 내년 2월이나 3월께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북한과의 원할한 관계를 위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동향을 살피려 김 위원장 사망이 발표된 이튿날인 20일(이하 현지시간) 평양에 외교공관을 둔 나라의 미국대사관들에 공문을 보내 주재국 정부와 접촉을 강화하며 북한내 동향 정보를 파악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미국은 팽창하는 중국 또한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로 중국의 친북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 체제’를 가장 먼저 인정하고 체제 안정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했으면서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미국이 별도의 채널을 가동해 북한과 실무접촉을 성사시킨 것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해 전날 북한과 뉴욕채널을 통해 접촉해 ‘기술적 논의’를 가졌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제관계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미국은 중국이 북한문제와 관련해 굳이 한국을 거치면서 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중국 눈치를 보며 북한 달래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또 이라크와 아프칸 파병 이후, 한반도 정세 불안 정국에서까지 공격적 외교정책을 펼 수 없다는 계산이 성립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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