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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김남덕 원장 |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두 줄 서기는 이용자 안전을 위해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라고 생각한다. 2007년부터 시작된 두 줄 서기는 현재 승강기 사고의 8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사고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만들어낸 캠페인성 구호 중 하나다.
물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가 시민들에게 혼란을 준 점은 있지만, 1998년부터 시작된 한 줄 서기가 이용자에게 걷거나 뛰는 것을 자연스럽게 부추기는 부분이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한 줄 서기는 고령자와 아이들에게도 왼쪽에 서게 되면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무언(無言)의 압력이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실제로도 사고에 취약한 계층에 해당된다.
실제로 노약자의 경우 에스컬레이터 스텝(계단)의 높이는 일반 계단보다 5cm정도 높게 설계돼 있어 정지한 상태에서 이동할 경우에도 위험할 수 있다. 건축법상에도 설치가 의무화된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에스컬레이터는 의무설치 대상도 아니다.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을 이용하는데 있어 불편이 있는 어린이나 고령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중 하나다.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을 보면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는 손잡이를 잡고 걷거나 뛰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표준위원회(CEN)에서도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는 움직이지 말고 정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움직이는 장치인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동은 사고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손잡이를 잡고 이동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강제적인 사항이 아닐 뿐이지 에스컬레이터에서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굽 높은 신발(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나 노약자들이 방금 도착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쏜살같이 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덩달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거나 뛴다. 승강기 안전관리 기관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아찔하게 보일 때가 많다. 무엇보다 30도에 이르는 가파른 공간에서 이동하는 것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실제로 얼마 전 80대 노인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다가 쓰러지면서 주변에 함께 있던 8명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했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편의를 위해 설치한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것은 사고율을 높이는 행동이다.
지금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손잡이를 잡고 걷거나 뛰지 말자’로 구호가 전환된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에서는 사고가 상당부분 줄었다. 하루에도 수 십 만명이 이용하는 인천지하철 소속의 부평역사는 정기적으로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등 안전 캠페인을 실시한 이후 사고가 무려 63%나 줄었다. 지난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에스컬레이터 사고 예방을 중심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하철 운영기관에서도 사고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내가 몸담고 있는 승관원에서는 몇 년 전부터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라는 문구보다는 거부감 없이 쉽게 와 닿는 ‘에스컬레이터는 러닝머신이 아닙니다’ 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움직이면 당신의 안전도 흔들립니다’라는 캠페인성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지 않고 움직이는 행동은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까지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위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나와 남을 위해 안전한 탑승방법이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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