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중앙추도대회가 끝나야 애도 기간이 종료되지만 실질적으로 오늘부터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셈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정착에 대해 험로를 전망하고 있다.
◆지도부 민심잡기가 우선
김정은의 카리스마나 정책적 능력을 알수 없는 상황에서 권력 엘리트들을 상대로 확고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북한 매체들이 김정일 사망 직후부터 김 부위원장을 최고사령관에 추대할 것임을 예고하는 등 김정은 띄우기에 나섰지만 실질적 업적이 드러나지 않은 그의 앞길은 불투명 하기만 하다.
김정은은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했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시절에는 교수들이 집으로 방문해 강의하도록 하는 과외식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북한 엘리트 사이의 교류가 적어 인맥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20년 넘게 차근차근 후계자 승계를 받은 것에 비해 김 부위원장은 후계수업 기간이 3년도 채 안되는 점도 후계체제 정착에 발목을 잡는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혈족인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그의 남편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국방위 부위원장)에 의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군부의 경우 리영호 군참모장을 중심으로 김정은의 후견그룹이 있지만 그가 체제 장악에 실패할 경우 충성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권력을 안착시키는게 중요하니 큰 분란없이 이끌어 갈 것이지만 본격적으로 정책에 대한 노선투쟁이 일어날 상황이 된다면 숙청도 있을 수 있다”고 내부 암투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 정부가 김정은을 공식 인정한 것에 힘을 받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 방북 과정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당과 국가의 최고 영도자인 김정은 대장동지를 높이 받들고 김정일 장군의 위업을 이어받는 결의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을 김정일과 동급으로 `모시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주민 민심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잡아야 하는 것도 김정은의 당면 과제다.
북한 당국이 민심을 다독이려면 내년 ‘강성대국 원년’을 맞아 식량난을 해결하는 등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할 것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너진 배급제와 물가 폭등 등에 따른 경제난은 주민들의 생활고 심화와 불만 고조로 연결 될 수도 있지만 체제의 변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김 부위원장은 당분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정책보다 부친의 유훈인 위업을 계승해 선군(先軍)노선을 따르는 ‘유훈통치’에 힘써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강성대국 건설과 선군정치라는 기존 구호를 부쩍 선전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당분간 안정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유훈통치가 끝난 뒤 권력 엘리트와 주민에게 새 지도자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하지만 김정일 체제 때의 폐쇄적인 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선군정치를 앞세워 주민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경제 분야에서도 체제 와해를 우려해 더욱 폐쇄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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