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특별 국정연설에서 ‘물가 안정’을 올해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고, 정부는 이에 따라 부처별 물가안정책임제를 시행 중이다.
이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유통구조 개선과 경쟁활성화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선진국 수준인 2%대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박 장관이 물가안정 의지를 강조한 것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하루 전이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은에 물가정책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이에 앞서 한은이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높이거나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제공되는 정책자금인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단기대책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 조치가 시행되면 시중 유동성(자금)이 줄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물가상승 억제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급준비율 인상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시그널링(신호)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물가에 '올인'하는 정부정책과 교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 단기 정책은 국내외 경기 하락이 예고되고, 정부의 물가정책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건드리지 않고도 한국은행으로서는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정책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13일 7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도 지준율 인상 및 총액대출한도 인하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전제한 뒤 지준율은 작년과 재작년에도 많이 논의됐으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김 총재는 “지준율을 인상할 경우 시중금리 상승이 유발되고, 이는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가져와 결국 한은이 유동성을 재공급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단기통화정책의 한계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에서 6년만에 채택될 것으로 유력시 됐던 지준율 인상 등 단기통화정책 등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지준율 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저하가 뚜렷해지면 기준금리 인상이 요원해지기 때문에 단기 정책수단 활용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 수단으로서 지급준비제도의 활용 가능성 및 운용방안을 검토’한다는 문구는 지준율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총재도 지준율 등 단기정책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지준율, 총액대출한도는 항상 중앙은행이 가진 하나의 변수였고,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유효한 수단”이라고 언급하며 향후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결정 등을 시행하는 시점에나 이들 단기정책들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때문에 지준율과 총액대출한도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하는 시점은 상반기 국내 물가가 급등 할 경우 이를 꺼낼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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