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재벌때리기 ‘말의 성찬’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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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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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여야가 재벌개혁 및 경제정의 실천을 4·11 총선 공약의 전면으로 띄웠으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경유착이 심한 한국 정치의 풍토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정치권이 만들어 낸 여러 규제책과 조세제도들이 대부분 미시적인 것들이라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차단할 만한 근본 대안은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거 이전까진 잠자코 있던 정치권이 최근 들어서야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어 정치권의 재벌개혁 의지나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통합당은 4·11 총선의 핵심공약으로 10대 재벌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제한하는 방안을 29일 마련하고 총선 이후 입법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현 정부 들어 ‘친재벌 정당’으로 낙인 찍힌 한나라당도 30일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 민주화 실현’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안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재벌개혁을 위한 정책 마련에 시동을 걸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출총제 부활 등을 골격으로, 일자리 창출과 이익공유 등의 정책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발 빠르게 재벌 개혁 행보에 나서는 데 대해 정치권 밖에서는 ‘선거용’이라며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규제 강화가 오히려 기업의 경영의지나 경쟁력을 후퇴시킬 수 있으며, 뒤늦게 경제정의 실천을 주장하는 것은 표심잡기의 의도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이 제시한 대안들이 대부분 경제구조에 메스를 대기보단 미시적인 정책을 통해 대기업의 행위를 제약하는 것들로, 이미 시행 중이거나 역차별을 부를 수 있는 설익은 것들 투성이다.

예컨대 민주통합당이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대기업집단에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시 상세 공시 및 설명 의무를 부과키로 했는데, 대기업들은 현재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대기업 정보공개를 통해 외부에 알리고 있다.
 
또 회사와 대주주 일가 사이의 거래시 이사회 승인과 회사이익 침해금지 요건을 신설키로 했는데 어용 이사회가 이를 제한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강제력을 갖기 위해 마련된 피해 중소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이나 공정거래위의 과징금 부과 제도는, 사법적 결론을 누가 내릴 지, 중소기업들의 무분별한 소송의 창구로 전락하지 않을 지 우려가 제기된다.

때문에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와 ‘재벌개혁’ 의지는 결국 총선을 위한 ‘일회성’에 불과하며, 선거 이후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재벌, 족벌기업, 정경유착은 한국경제의 급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들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혁명적 경제구조개혁이나 전면적 인적 물갈이 밖에 없다”며 “과거 대통령들도 의지를 갖고 재벌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구조적 문제와 정·재계의 반발에 막혀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여파로 재무구조 개선, 변칙상속 차단 등 '5+3 원칙'에 따라 헌정 이래 가장 강력한 재벌개혁을 추진했으나, 대기업의 재무건전성만 개선시킨 채 실패로 돌아갔다.
 
정경유착 타파를 주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자금 조성 문제로 구속된 두산 박용성 전 회장 형제와 대상 임창욱 전 회장 등을 사면복권시켜주는 등 현실 정치에선 재벌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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