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삼국지기행 37 허난성편> 5-2. 신의 화타, 허창에서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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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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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쉬창(許昌, 허창)을 떠나기 전 삼국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 화타를 만나기 위해 쉬창시 북쪽 15km 떨어진 쑤차오(蘇僑) 라는 마을로 향했다. 길 양쪽으로 끊없이 펼쳐진 밀밭을 가로지르며 한참을 달리니 화타(華陀)묘가 눈 앞에 나타났다.


화타묘의 규모는 생각보다 넓었다. 입구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화타묘원(華陀墓園)이라는 네 글자가 이 곳이 화타묘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안에는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였다. 허름한 건물 벽면에는 화타의 얼굴과 함께 안내문만이 걸려있을 뿐이였다. 멀지않은 건물에서 추운 날씨로 불을 피우며 손을 녹이던 한 어르신이 외지인들의 방문이 신기했는지 이내 취재팀에게 다가와 안내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취재팀은 화타묘 가운데에 위치하고 벽돌로 쌓다가 만 것처럼 보이는 제단같이 생긴 곳을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화교들이 화타묘에 투자를 하여 건물을 지으려 했으나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자 투자계획을 접어 지금은 흉물로 방치돼 있다고 한다. 전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을 이 곳 화타묘에서 실제로 체감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신야현 화타묘 사당 내부의 화타상과 관우상. 독화살에 맞은 관우는 살을 드러내고 뼈를 긁는 대 수술에도 태평히 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건물 안을 들어서니 화타와 관우가 나란히 모셔져 있었다. 화타는 삼국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전쟁 중 독화살에 맞은 관우는 당시 '신의(神醫)'라 불리는 화타를 찾아 치료케 한다.

유비군 진영에 도착한 화타는 관우의 상처를 보더니 살을 도려낸 뒤 뼈에서 독을 긁어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고통이 심하니 온 몸을 나무에 묶고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관우는 오히려 개의치 않으며 화타에게 수술을 하라고 한 뒤 태평하게 바둑을 둔다. 뼈에서 독을 긁어내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렸음에도 관우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둑에 몰두했다는 전설이 내려져온다.

화타상을 자세히 보니 이마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특이한 생김새에 당시 취재팀과 동행했던 전문가는 화타가 중국인이 아니라 인도나 페르시아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며 설명해 주었다.

“당시 화타는 마취약을 써서 사람들을 치료했습니다. 1980년 대 일본 교수가 화타라는 말이 페르시아 말의 ‘XWadag(호다)’ 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며 페르시아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건너 온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학자는 인도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화타라는 발음이 인도어로 약을 뜻하는 ‘gada(가타)’와 비슷하고 당시 중국에는 인도 신화가 많이 퍼져있었기 때문에 소설을 쓰던 나관중이 인도 신화를 인용해 화타라는 인물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안후이(安徽) 출신인 화타가 이 곳 쉬창에 묻힌 계기는 바로 조조(曹操)에게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조조는 화타가 관우를 치료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통을 핑계로 화타를 불러들인다. 조조는 화타를 자신의 밑에 두기 위해 회유하지만 화타는 이를 거부한다. 화타가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선 두개골을 여는 수술을 해야한다고 말하자 평소 의심이 많던 조조는 화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크게 격노해 그 자리에서 화타를 죽여버린다. 당시 병원 같은 시설이 없었을 당시 화타는 민중들에게 둘도 없는 의사중의 의사였다. 그런 화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백성들은 이를 슬퍼했고 그의 동료들은 화타의 무덤을 만들었다.



안내원은 곧 우리를 화타묘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주변에는 수십개의 비석이 불규칙적으로 세워져있었다. 그러던 중 한 비석에 적힌 수많은 기부자 명단 중에서 취재진은 놀랍게도 중국어로 한국 이라고 적힌 글자들을 발견했다. 이 곳에서 비석에 한국이라고 적힌 것을 보니 왠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사뭇 자랑스러워졌다.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는 신의화타(神醫華陀)라고 적힌 묘비석도 위치해있다. 세월의 풍파 탓인지 비석에 적힌 글자는 이미 많이 훼손돼 제대로 알아 볼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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