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매우 복잡하다. 그래서 지난 2000년 앨 고어와 조지 W. 부시가 경쟁했을 때 전국 인기투표에서는 고어가 이겼는데, 대의원 표결에서는 부시가 이기는 결과를 연출하기도 했다. 선거 때면 왜 미국이 합중국인지 실감하게 된다. 각 주(state)가 마치 독립된 국가처럼 서로 다른 선거 방식을 운영한다. 어떻게 해서든(물론 지역 당의 선거 규약을 따라) 전국 전당대회에 나갈 대의원을 선출하면 된다.
이러다 보니 어떤 지역에서는 인기 투표만 했느니(미주리), 나중에 대의원을 뽑는 선거는 다시 한다느니(콜로라도 등)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또한 플로리다처럼 한 방에 ‘승자 독식’ 방식으로 무조건 1등에게 대의원을 다 몰아주는 선거 방식이 있고,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나누는 지역도 있다.
지금까지 1위를 달리고 있는 롬니는 이상 7개 지역에서 총 87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총 2286명의 대의원이 참석하는 전당대회에서 과반수인 1144명의 득표를 얻어야 대선 후보로 뽑히기 때문에 아직 롬니가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았다. 승자독식 플로리다 50명의 대의원을 모두 빼앗은 성과가 적지 않았다.
또한 지난주 3개 지역(미주리 포함)에서 승리한 릭 샌토럼은 지금까지 35 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아이오와에서 롬니와 함께 6명씩을 가졌고, 계속 대의원을 획득하지 못하다가 네바다에서 3명, 미네소타와 콜로라도에서 각각 13명, 15명을 얻어 이같은 결과를 가졌다. 깅리치는 이에 3명 모자란 32명, 론 폴은 13명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지역 공화당 경선에서 대의원으로 뽑힌 사람들이라도 어느 후보에 표를 던질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unpledged) 사람도 있고, 지역 대표만 현재 뽑혔고 다음달 이 사람들이 전당대회 대의원을 뽑는 과정에서 지지 후보가 바뀔 수도 있어, 후보들이 얻은 대의원 득표수는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롬니가 확보한 대의원 수가 100명이 넘는다고 하지만, 이는 득표율과 대의원수를 기계적으로 연결한 결과이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이나 언론들이 각 후보의 지금까지 대의원 확보 현황을 발표할 때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고 물어 발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의원 배분과 함께 각 주의 경선에서 인기 투표(popular vote)도 한다. 지금까지 롬니는 총 112만 표를 얻어 약 41%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산술적으로 최소 50% 대의원 수를 얻으려면 적어도 50%의 인기 투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롬니도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그 다음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큰 지역에서 승리한 깅리치가 약 84만표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최근 다시 부상하고 있는 샌토럼과 다른 후보들이 3월6일 슈퍼 화요일(10개주 동시 선거) 경선를 넘을 수 있을까. 또한 롬니가 대세론을 밀어 붙여 승리를 굳힐 수 있을까. 많이 나오는 질문이며 양쪽 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단 롬니는 동부와 서부, 특히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중도 보수층으로부터 지지층이 두터워 중서부 지역에서 깅리치나 샌토럼에게 지더라도 대의원 수나 인기 투표에서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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