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공천을 앞두고 사실상 ‘공천학살’의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카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친이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에 이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퇴로까지 번지며 결국 ‘친이 실세 잘라내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대위에서 공천배제의 명분으로 이번 사건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이미 불출마를 선언하며 일선에서 물러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검찰소환 조사 예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친이를 ‘전멸’ 시키려는 전방위적 공세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12일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일단 공천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박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대로 공정하고 원칙에 입각하는 ‘시스템 공천’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의 최근 발언들을 거론하며 “사실상 친이계를 배제시키겠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두 비대위원은 비대위 출범 직후부터 ‘MB 실세 용퇴론’을 주장하며 이번 정부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 비대위원은 특히 지난 8일 이재오 나경원 의원과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이번 총선 출마와 관련해 “새누리당 앞날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목적으로 친이계를 향한 일방적인 ‘공천학살’이 이뤄질 경우, 그로 인한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어 박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다.
공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친이계와 공천 탈락자들이 집단으로 당을 탈당해 당이 갈라지면 향후 대선 정국을 바라봐야만 하는 박 비대위원장에게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에 따라 공천 심사가 이뤄지기 직전 박 비대위원장 측에서 친이계를 향해 막판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다만 친이계 입장에서는 지난 18대 공천 당시 친박계를 대거 공천에 탈락 시킨 ‘공천 학살’의 기억이 있는 만큼 일단은 공천의 칼을 쥐고 있는 박 비대위원장만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친이계의 한 인사는 “일단 공천의 주체가 박 비대위원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결국 공천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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