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라면 업체들이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슬그머니 가격을 인상, 물가당국의 권고를 무색케 하고 있다.
최근 윤상직 지식경제부 차관이 생필품 물가 안정 등을 요청한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차관은 지난달 업체 대표들과 직접 만나 오픈프라이스 제도에서 제외된 과자·라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바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 600~700원대 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라면시장에 최근 1000원대 신제품이 줄줄이 쏟아지면서 식탁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제 올해 새로 출시된 라면 대부분이 1000원을 넘는 가격을 책정, 고가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삼양식품이 최근 돼지뼈 육수와 마늘향이 어우러진 맛을 앞세워 출시한 '돈(豚)라면'은 1000원짜리다. 라면시장 1위 제품인 농심의 신라면(780원)보다 220원이나 비싼 가격이다. 또 농심의 안성탕면(700원)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무려 300원이나 된다.
사실 1000원짜리 고가 라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에도 삼양라면(700원)보다 42.8% 비싼 나가사끼 짬뽕(1000원)을 내놓았다. 지난해 최고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던 팔도의 꼬꼬면 역시 1000원이다. 팔도가 꼬꼬면 후속작으로 내놓은 '남자라면' 가격 역시 기존 제품보다 200원 비싼 850원으로 책정했다. 오뚜기의 기스면도 가격이 1000원이다.
라면 가격 인상 대열에 편의점도 합류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지난 8일 하얀 국물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칼칼한 닭칼국수' 컵라면을 출시했지만 가격이 무려 1700원이다. 회사 측은 유탕처리하지 않은 '생면'에 대한 높은 관심과 40대 이상 소비자들이 '칼국수' 메뉴에 선호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상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라면 가격이 고가화 경향을 보이면서 일각에선 라면 업체들이 백색국물 인기를 등에 엎고, 고가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1000원대 라면 출시 경쟁에 대해, 라면 대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MB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맞서 가격을 변칙으로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라면 업체들이 하얀 국물과 후속작으로 내놓은 제품들의 가격을 1000원으로 책정한 것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가격을 변칙 인상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라면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특별 지정한 52개 가격관리 목록에 포함된 품목이다. 이 때문에 라면업계는 곡물가 상승 등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계획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밀려 2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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