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양대 정당인 파속당과 신민주당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정권을 잡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마구 쏟아내면서 경제위기가 닥쳤다. 2009년 경제성장률은 -2%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4.5%로 더 나빠졌다.
◆ 재정ㆍ연금 축소에 성난 젊은 층, 거리폭동으로 분노 표출
그리스 포퓰리즘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의료복지와 연금이다.
재정위기 이전 그리스는 60세 이전의 은퇴자에게 퇴직 전 5년간 월급의 80%를 연금으로 주었는데 연금보험료는 월급의 25% 미만을 내면 되었다. 독일에서 월급의 42%를 연금보험료로 내고 평생 월급의 45%를 연금으로 받는 데 비하면 지상천국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구제금융을 신청한 국가들은 재정적자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어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정부 긴축안은 공무원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고 연금을 깎겠다는 내용이다. IMF와 EU로부터 약속받은 구제금융을 계속 지원받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정부의 연금과 복지혜택의 축소는 곧바로 거리시위와 폭동으로 이어졌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는 수만 명이 격렬한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경찰경비 초소 등이 불탔다. 국회의사당 주변은 시가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정부청사, 학교, 병원, 은행 등이 모두 문을 닫고 아테네 국제공항의 항공편이 속속 취소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관광지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청소노조 파업으로 도시는 20여 일이나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시위는 양상과 성격이 갖가지지만 그 중심에는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은 채 방황하는 젊은 층이 있었다. 유로존 15~24세 청년 5명중 1명이 실업상태(실업률 20.3%)다. 특히 스페인과 그리스의 경우 청년실업률은 각각 45.7%와 38.5%로 고용상태가 좋은 네델란드(7.1%)나 오스트리아(8.2%)의 5~6배에 이른다.
◆ 줄지 않는 국채, 희망 잃은 국민
나라 전체 노동력의 4분의 1에 달하는 공공부문이 재정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모든 공무원의 급여가 2010년 초 이래 약 20% 삭감됐다. 정부가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인력 75만명 중 15만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해고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민간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리스 경제는 2011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인데도 문을 닫는 상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그리스의 경기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아무리 재정긴축을 지속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배에 달하는 정부 빚이 좀처럼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바로 그 점이 그리스 국민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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