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나 필라리라는 이름의 소녀는 지난해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과 강제로 결혼한 지 5개월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극약을 먹고 자살했다. 아미나는 15살 때 길거리에서 유괴돼 성폭행을 당했다. 2개월이 지나 이 사실을 알게된 아미나의 부모는 가해자와 딸을 강제로 결혼시켰다. 결혼 후에도 아미나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아미나는 결혼 생활 5개월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엄마에게 이를 호소했지만 참으라는 소리밖에 듣지 못했다.
모로코 형법은 미성년자 ‘유괴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면 기소를 면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를 성폭행범과 결혼시켜 가족의 명예를 지키는 전통 관습의 명분으로 작용해 왔다. 중동에서 여성이 혼전에 순결을 잃으면 가문의 불명예로 여긴다.
아미나의 아버지 라센 필라리는 지난 13일 언론에 “법원이 딸에게 결혼을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범인도 처음에는 결혼을 거부하다 기소 직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모로코에서 성폭행범은 징역 5~10년 형에 처한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면 형은 10~20년으로 늘어난다.
아미나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거세게 반응했다. 페이스북에는 ‘우리는 모두 아미나 필라리다’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다. 성폭행범과 피해자를 결혼시키는 관습의 철폐를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 운동에는 이미 1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트위터 활동가인 아바딜라 마엘레네는 “16세 소녀 아미나는 가해자와 모로코 전통, 형법으로부터 세 번 성폭행을 당했다”고 비난했다.
모로코는 여권 신장을 위해 지난 2004년 가족법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개선점이 많이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모로코에서 성폭행 피해 여성은 사건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진다. 피해자가 입증에 실패하면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