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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우효섭
대규모 국책사업은 계획단계부터 사업이 끝난 후에도 세간의 지속적인 관심을 끈다. 과거 경부고속전철사업이나 인천신공항 사업도 그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4대강살리기사업도 그렇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계획 단계부터 완공까지 보통 이해당사자 간 소모적인 논쟁과 사회적 대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 가장 성공적인 국책사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천신공항 건설사업도 계획에서 건설 단계에는 환경, 시민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깨끗한 공항으로 매년 ‘베스트 에어포트’로 선정되고 있으며 공항이용 수요가 폭증하여 확장을 하고 있다.
반면에 4대강살리기사업은 이제 사업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점검단 구성에 대해서까지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사업의 초기 구상단계에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사업 마무리 점검단계에서는 정치적 의견이 아닌 과학적, 기술적 의견에 따라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27일 국토해양부에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보 하류 세굴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은 직후이다. 언론보도 전에 4대강사업 최종 준공을 위한 마무리 차원에서 점검계획을 발표 했었다면 더 바람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단체에서 보 하류 세굴로 인한 보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것은 불필요한 국민적 우려만 가중시킨다. 이러한 일 일수록 과학적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객관적 의견 제시가 중요하다.
보 하류 측 하상에서 어느 정도 세굴이 일어나는 것은 선진국 관련 자료에서도 나와 있듯이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는 하천이 새로운 환경 조건에 반응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세굴현상이 보 본체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다. 세굴이 20m 깊이로 발생한 창녕 함안보의 경우도 세굴 위치는 보 본체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위치이다. 그 사이에는 물받이공, 바닥보호공이 보를 보호하고 있어 보 본체가 세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더욱이 보와 물받이공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에서 강바닥 암반까지 파일을 단단히 박았다면 보의 구조적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밖에도 국토해양부는 3개 보에서 세굴이 발생했으며 백제보는 보강할 계획이고, 칠곡보·구미보는 암반층까지의 토사층이 5m 정도이기 때문에 보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이 상대적으로 세굴 깊이가 적은 보의 보강 공사는 이번 점검단의 최종 점검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직 여름 철 홍수에 대비할 시간이 있다. 점검결과에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본격적인 수리모형실험이나 수치모형실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점검단에 포함된 민간전문가들에게까지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단체에서도 점검에 참여한 민간전문가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단지 4대강사업을 찬성하기 때문에 점검단에 포함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같은 하천전문가로서 이해하기 어렵다. 4대강사업의 필요성과 성과 등에 대하여 논하는 것과 설계 및 시공이 잘 되었는지 ‘기술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각 분야에서 충분한 기술적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점검단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점검결과를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이번 점검은 4대강사업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자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시점에 4대강사업의 원론적인 논쟁부터 다시 시작된다면 마무리 단계에서 세부적으로 미비점을 살펴본다는 금번 특별점검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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