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 기계산업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뒀기 때문에 그동안 달러·엔 환율 상관관계가 중요한 지표였다. 엔·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주가도 올랐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일본 증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원·엔 환율 간 상관관계가 달러·엔보다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이체방크의 자료를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올해 들어 원·엔 환율은 12%가량 상승했다. 일본 증시의 대표지수인 닛케이225지수도 20%가량 올랐다. WSJ는 원화의 상승은 일본 증시의 움직임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관관계가 양국 기업 간의 경쟁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원화 약세는 삼성·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제치고 유럽이나 미국에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다. 반대로 엔화의 강세는 일본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JP모건은 엔화가 원화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루피, 싱가포르 달러, 태국의 바트 등 다른 아시아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 일본의 수익성이 향상된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시장은 일본의 제1의 해외시장이기 때문에 아시아 통화 강세는 일본 기업의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WSJ는 미국 및 유럽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수출 중심의 아시아 경제 전망이 밝은 데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수요도 증가해 통화가치가 오르지만 엔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아시아 경제가 호전되면 외국인 투자가 늘어 화폐가치는 상승하지만 일본중앙은행(BOJ)은 양적 완화정책을 고수하며 엔화 가치를 하락시킬 전망이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지난달 자산 매입규모를 10조엔으로 확대하며 엔화는 연속해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WSJ는 일본이 경기침체로 물가가 하락해 디플레이션으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에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및 에너지 비용 압력으로 원화 강세에 대해 묵인하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는 엔화 대비 원화가 내년 말까지 6%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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