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원전 수주… 국책·외국계 은행만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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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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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은행 '우물 안 개구리', 해외 PF 역량 제고 시급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어 베트남 원전 수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은 국내 국책은행이나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IB)들이 공급하고 있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원전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수백억 달러 원전 수주 ‘그림의 떡’

지난달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 뜻밖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이 베트남 원전 5~6호기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선정된 것이다.

한국은 베트남과 원전 건설을 위한 추가협력 약정을 체결하고 이달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키로 했다.

총 자금 규모가 200억 달러에 달해 한국이 최종 수주에 성공할 경우 국내 건설사 등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원전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건설자금 마련 등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해외 프로젝트 규모가 대형화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주선 역량을 갖춰야 수주에 성공할 수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 수출입은행 등 일부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원전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을 능력을 갖춘 금융기관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베트남 원전 수주까지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 금융주선 업무를 누가 맡게 될 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수출입은행이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수주한 UAE 원전도 수출입은행이 금융주선 업무를 맡고 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UAE 원전 사업을 위한 대주단 구성을 최근 완료했다”며 “당초 계획을 앞당겨 상반기 중에는 금융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은 UAE 원전 건설을 위한 사업비 200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조달하게 된다. 10년 분할 대출, 18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대주단에 참여하는 금융기관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외국계 IB와 해외 정책금융기관, 국부펀드 등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대주단 참여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어렵게 원전을 수주했지만 정작 국내 은행들은 배제된 채 외국계 금융기관들만 신이 난 셈이다.

◆ 해외 PF 활성화 없이 글로벌 뱅크 ‘어불성설’

국내 은행들의 태도도 문제다. 수출입은행은 대주단 차원은 아니더라도 국내 은행들이 소액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은행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대주단에 참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원전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UAE 원전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 동안 국내 은행들은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국내 기업들이 열심히 해외 사업을 수주해도 이에 대해 금융주선에 나설 노하우도 자금력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해외 프로젝트에 대해 국내 최고의 노하우를 갖춘 수출입은행에 인력을 파견해 배우도록 하는가 하면, 인프라 펀드를 조성해 해외 프로젝트 지원에 나서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신한은행은 유럽 태양광 사업에, 국민은행은 동남아시아 화력발전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노력들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원전 수주 등 대형 프로젝트를 감당해 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쳐나고 중동 민주화 운동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수요가 늘면서 해외 프로젝트 발주 물량은 상당 기간 동안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외국계 은행들만 과실을 따먹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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