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 매매시장이 요즘 이상하다. '시세 따로, 체감 따로' 형국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부산지역 아파트 시세는 꾸준히 오름세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시세는 마이너스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의 부산지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산 아파트값은 0.06% 올랐다. 특히 중구의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국민은행 시세를 보면 중구는 3월 마지막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1.4%)을 나타냈다. 2주 연속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부산 집값은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30개월 동안 36.5%나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상승률(9.4%)의 4배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만 16.7% 올라 1990년(43.8%)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활황 장세를 느낄 수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최근 들어선 아파트값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부산 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 들어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4000만~5000만원 가량 빠진 단지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지사장도 "시세 통계는 오름세이지만 실제 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 들어 부산 아파트값이 전체 평균 1000만~3000만원 내렸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조사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산 북구 화명동 코오롱하늘채1차 아파트(전용 59.9㎡)의 경우 지난 1월 2억3500만원에 거래됐으나 2월 들어선 2억2000만원에 팔려나갔다. 한달만에 매매가격이 1500만원 내린 것이다. 사상구 주례동 엘지신주례1차 아파트(전용 59.97㎡)도 거래가가 지난 1월 1억6900만원에서 2월 1억58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시세 통계와 실제 거래가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동안 집값 통계에 포함되지 않던 소외 지역과 소규모 단지들이 최근 들어 시세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래 부동산114 부산지사장은 "그동안 시세에 잡히지 않던 일부 지역과 단지의 가격이 반영되면서 전체 부산 집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부산 아파트값이 본격 하향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최근 몇년 새 주택시장 호황을 업고 부산에서 아파트 공급이 쏟아졌다"며 "공급 단지들이 대거 입주할 경우 집값도 본격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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