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Y방정식> 한국의 무상복지론, 시대에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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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0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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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상준 기자)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면 복지를 늘리는 것을 반기지 않을 까닭이 없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등록금은 물론 집도 주고 옷도 주고 먹을 것도 다 공짜로 주는 데 왜 마다하겠는가. 그동안 저소득층에 주고 있던 ‘공짜점심’을 의무교육 대상자인 초ㆍ중학생 전체로 확대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이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밥을 먹더라도 공짜냐 아니냐에 따라 마음의 상처를 입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공짜점심을 주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복과 신발은 왜 공짜로 주지 않는가. 옷에서, 신발에서 밥보다도 더 많은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말이다. 학교는 근본적으로 밥을 주는 곳이 아니다. 밥만 먹이면 아이들이 자라는 것도 아니다. 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식당이 아닌 교실을 지켜야 한다.

세계에서 무상급식을 하는 나라는 스웨덴과 핀란드뿐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2008년 기준으로 국민 부담률(국민들이 1년 동안 낸 세금과 국민연금ㆍ의료보험료ㆍ산재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7.1%와 42.8%에 달한다. 같은 해 한국의 국민 부담률은 26.6%에 불과했다.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스웨덴이나 핀란드처럼 100%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

무상의료는 입원진료비 90%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연간 본인 부담을 100만원 이내로 한다는 것이다. 2010년 건강보험료로 33조 6000억원을 거뒀지만 지출이 34조 9000억원이나 돼 무려 1조 3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2011년 1월에도 3000억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2012년에도 적자를 낼 것이 뻔하다. 머지않아 건강보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앞으로 건강보험 신규보장 대상이 계속 늘어날 것이고 정치권에서 의료보장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건강보험 중ㆍ장기 재정전망 연구’ 보고서는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보험료 수가ㆍ보장성 모두 동결)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020년에는 재정적자가 16조원, 2030년에는 48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통합당 안으로도 건보 추가소요 예산은 8조 1000억원이다. 그러나 본인 부담이 거의 없을 경우 의료서비스 수요는 당연히 무한대로 늘어난다.

무상급식 예산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의료의 경우는 사실상 얼마가 들어갈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현재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일부 서구 선진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지나친 재정부담 때문이다.

2006년 1월 노무현 정부는 ‘6세 이하 무상 입원비’ 정책을 도입했다. 현재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의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당시 6세 미만에만 공짜로 입원을 시켜주었는데도 2년 만에 건보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6세 미만 입원비의 건보 부담금은 2005년 이전에는 증가율이 4~6% 수준이었는데 2006년에는 39.2%로 폭등했다. ‘과잉입원’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2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이 제도를 없앴다.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보육비를 줄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이 문제는 긍정적 요인이 많지만 퍼주기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 대학생 ‘반값등록금’은 복지정책으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선심성 표몰이 구호다. 반값등록금 공약은 애초에 현 정권이 내놓았던 것을 민주통합당이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먼저인데 등록금을 들먹이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많이 걷는 수밖에 없다. 2011년 복지예산은 86조 4000억원으로 총예산의 28%나 된다. 역대 최고수준이다. 복지예산은 이 분야 통계가 잡힌 2005년부터 연평균 10% 이상 증가해 왔다.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증가율이다. 그만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복지를 늘려가야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정도 복지를 누리고 있는 것도 경제가 성장한 덕택이다. 유럽 복지국가의 국민 부담률은 소득의 50%를 넘는다. 우리의 부담률은 그 절반을 조금 넘는다. 우리가 그들을 따라가려면 세금과 사회보장부담률을 크게 높여야 한다. 세금 덜 내고 복지를 확대하려면 빚을 내야 한다. 결국 그 빚은 다음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2002년 말 133조 6000억원에서 2007년 말에는 298조 9000억원, 2009년 말에는 359조 6000억원, 2010년 말에는 394조 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가채무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채무규모는 달라진다. 2011년 회계분부터 채택할 국제기준에 따라 국가채무를 계산하면 기존의 금액보다 더 많아진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2009년 말 국가채무는 476조 8000억원으로 늘어나고 GDP 대비 45%선에 이른다. 국가채무가 늘어난 이유는 그동안 국가부채에서 제외됐던 공공기관과 공기업, 각종 기금의 부채를 새로 포함시킨 탓이다. 그러나 새 기준에도 125조 7000억원(2010년 기준)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채무는 국가채무 대상에서 빠졌다. LH 부채 중 이자를 내는 금융부채는 90조원 정도로 하루 이자만 110억원, 연간 이자가 3조원을 넘는다. 경상이익(2009년 1조 8000억원)을 감안하면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이자조차 감당 못하는 상황이다. LH 총부채는 2011년에는 131조원, 2014년에는 16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09년 말 기준 23개 공기업 부채는 213조 2042억원으로 2008년보다 36조 1000억원(20.4%) 늘어났다. 공기업이 정부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게 된 부채는 정부가 져야 할 빚을 대신 떠안은 것으로 봐야 한다. 공기업 부채와 정부 보증채무,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 발행 잔액, 4대 공적연금의 책임준비금 부족액까지 포함하면 국가채무는 2009년 말 1600조원이 넘는다는 계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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