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MB정부 금융통화정책> 4. 고공물가, 정부-한은 책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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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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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제정책의 중점 화두는 물가였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3.6% 올라 전 정부의 2.9%와 비교해 1%포인트가량 높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초 후속조치식 물가정책과 함께 기준금리를 비롯한 금융통화정책을 적절히 활용치 못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 '소' 잃고 외양간만 지킨 정부

정부의 물가관리 실책은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 주도하에 국장이 해당 품목의 물가관리를 맡은 물가관리책임제가 탄생했고, 변동성이 큰 금반지를 물가품목에서 제외하는 등 물가지수를 개편하기도 했다.

통신요금 인하와 각종 제품들의 가격인상 규제 움직임은 그러나 시장규제라는 비판만 남긴 채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특히 이 같은 정책들이 거의 대부분 물가 고공행진에 따른 후속조치였다는 점에서 정부가 시의적절한 물가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거시적 수단 또한 물가대책에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물가가 한창 고공행진 중이던 지난해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은 정부 눈치를 보며 제때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실제로 김중수 한은 총재가 주관한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지난 2010년 7월부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인상(연 2.0%→3.25%)해 시장상황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9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함으로써 시장에서 실질금리와의 괴리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물가조절의 때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이는 대내외적인 금융 및 재정불안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지만 기준금리 정상화가 지난해 6월 이후 정체되어버린 것에 대해 시장은 실기론을 거론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지난달 8일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자리에서 "현 수준의 유가가 유지되면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유가나 농림수산품의 경우 정치적이거나 계절적인 변수가 있다"면서 "김 총재의 발언은 이 같은 변수를 제외한 여타 부분에서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축소해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물가지표 낮아도 체감물가는 고공행진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휘발유와 쌀, 밀가루 등 52개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률은 꾸준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서민 체감물가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르면 52개 품목 중 쌀(17.6%), 밀가루(8.3%), 고추장(20.0%), 휘발유(7.5%) 등 37개 품목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크게 상승했다.

내린 품목은 13개에 불과했으며,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7년과 비교해서도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결정지을 품목들의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지만 이는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대로 낮아진 물가 아직 낙관적 해석 경계해야' 보고서에 따르면 기저효과, 정책효과 등 반사적·인위적 요인을 제외한 '진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였다.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시점의 물가수준에 따라 축소되어 나타나며 현재의 물가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들어 석유류·축산물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나 해당 품목들이 지난해 이맘때 크게 오른 탓에 작년 대비 가격상승률은 오히려 둔화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저효과와 함께 무상보육·무상급식과 같은 정책적 요인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인위적 정책효과는 물가 흐름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연구원이 기저효과와 정책효과를 배제해 새로 계산한 3월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과 유사한 3.2%였다. 때문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물가안정 추세와는 다르게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셈이다.

◆ 정부, 장기적인 물가대책이 필요

특히 올해에는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중심으로 한 수입물가와 공산품의 가격상승이 물가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상태이고, 이와 함께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진 공공요금의 인상도 물가인상의 부수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로운 물가정책을 남발하며 가시적인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거시정책을 통해 물가를 다스려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4%대를 이어가고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서민생활과 밀접한 52개 품목의 집중적 가격관리를 통해 체감물가부터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장기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외부 여건에 쉽게 흔들리는 취약성을 극복하고,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과 상통한다"면서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담보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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