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산업 위기…중국 도약대 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4-15 20:3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중국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을 앞세워 '바이 재팬(Buy Japan)'에 나서고 있다. 엔고와 실적 악화로 기업 가치가 떨어지자 일본 전자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수를 통해 중국은 일본의 첨단기술과 경영노하우를 한꺼번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전자산업 위기의 최대 수혜자로 중국이 꼽히는 이유다.

승승장구하던 국내 기업에도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품질과 가격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이 일본을 대신해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륙 자본 '주식회사 일본'을 삼키다

"중국이 일본 기업을 공격적으로 쇼핑하고 있는 것은 일본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經團連)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이 중국의 일본 기업 인수열풍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우려처럼 중국의 일본 기업 인수는 반도체·PC·백색가전 등 첨단기술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가격경쟁력만 내세워서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중국 PC업체 레노버는 엘피다 인수 후보군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레노버 계열 투자회사가 엘피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중국에서 최초로 메모리 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PC와 백색가전 분야에서는 중국의 일본 공습이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7월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일본 산요전기의 세탁기와 냉장고 부문을 사들였다. 레노보는 일본 NEC의 PC 부문을 합병했다.

전자산업에서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은 대만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대만 홍하이그룹은 지난해 일본 LCD(액정표시장치) 업체인 샤프의 최대주주가 됐다. 홍하이의 주력 계열사인 폭스콘은 중국 최대 전자 수출기업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중국은 세계 2위의 인수·합병(M&A) 대국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에만 일본의 37개사를 인수했다.

◆"삼성·LG 방심할 여유 없다"

중국 기업은 13억 인구라는 엄청난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이중 삼중의 자국 기업 보호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중국 기업이 고도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양적 성장에 한계를 깨달은 중국 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스피드 전략을 선택했다. 일본 기업을 통째로 사들임으로써 제조기술과 경영기법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선택은 옳았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해 전 세계 백색가전(냉장고·세탁기·에어컨 기준)시장에서 7.8%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4.9%) 월풀(4.5%) 삼성전자(3.4%) 등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주요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대응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우량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공급과잉 심화, 시장 장악력 증대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출 감소, 중저가 시장 잠식 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