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터키와 이란 국경에서는 서류미비로 수중에 가진 돈을 몽땅 털려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최고시속 60km 스쿠터로 평균기온 55도가 넘는 850km 사막을 이틀 동안 달려 테헤란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결국 기절(?)하고 말았지요.”
‘당돌한 청춘’ 권준오(수원대 기계공학과 4년·27)씨가 영국에서 한국까지의 2만km 여행기 ‘똘끼, 50cc 스쿠터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권씨는 2010년 5월 하순 영국을 출발해 8월말까지 약 100일 동안 50cc 스쿠터로 유럽대륙과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한국까지 유라시아 17개국 2만여 km를 혼자서 횡단했다.
미래에 대한 설계와 확고한 다짐을 위해 20대의 마지막 육체적 모험을 감행했다는 권씨의 유라시아 횡단여행은 2009년 영국 어학연수를 떠나면서 시작됐다. 그는 1년 어학연수를 마치고 무의미하게 비행기로 훌쩍 떠났던 길을 되돌아오느니 차라리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고 싶었다.
“어학연수동안 생활비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 중에서도 오토바이 장사가 가장 짭짤했다. 영국에서 오토바이는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레저용으로 중고를 수리해 팔면 생각보다 수익이 많이 남았다.” 다행히 영국연수를 떠나기 전 오토바이로 전국일주를 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여행 수단으로 왜 50cc 오토바이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는 “여태까지 스쿠터로 세계 여행을 한 사람의 최저 배기량이 125cc라 무작정 50cc를 선택했다”며 다소 엉뚱한 대답이다.
주로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한 권씨는 여행 경비는 대부분 기름 값으로 총 350만원이 들었다. 다행히 마케팅 수완이 좋아 영국 현지 어학원 체인점 등 3곳에서 370만원의 경비를 지원받아 오히려 조금 남았다고 자랑이다.
권씨는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동안 느낀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응은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스위스와 독일 국경의 작은 마을에서는 경비행기 동호인들을 만나 하루를 지낼 수 있었다. 맥주, 와인파티와 함께 벌어진 밤샘 토론도 잊을 수 없다. 우리의 토론방식이 상대방을 이기려는 문화라면 그들의 문화는 합의점을 만들려는 문화였다. 내가 틀렸다면 깨끗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성숙된 토론문화가 지금도 감동으로 남아있다. 덤으로 다음날은 공짜로 알프스 산맥을 경비행기를 즐겼다. 정말 비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터키에서는 기름 값 외는 한 푼도 경비가 들지 않았다. 권씨는 오토바이 동호회의 도움으로 가는 곳마다 그곳 동호회의 환대를 받았다. 인터넷의 도움도 컸다. 권씨의 스쿠터 여행소식과 사진은 온라인의 핫이슈가 됐다. 한마디로 터키 오토바이동호회의 한류스타(?)였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터키와 이란 국경에서 서류미비로 가진 돈은 몽땅 강탈(?) 당해 빈털털이가 됐는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로 은행거래마저 끊겨 황당했다”는 권씨는 “그래도 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털어 놓았다.
파키스탄에서는 80년만의 대홍수로 해발 3000m의 가라코람 하이웨이(여기서 하이웨이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고지대 도로라는 뜻)가 파괴돼 외줄타기로 건너기도 하는 등 죽을 고생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하던 인종이나 종교문제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타 민족이나 종교에 대한 열린 마음만 가진다면 누구라도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이 책의 출간과 함께 청춘 2막을 마감하고 새로운 인생 3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 졸업 전인데도 여러 회사서 같이 일하자는 연락이 왔다. 전공인 플랜트쪽 외국회사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앞으로 자신의 회사를 꿈꾸고 있는 권씨는 해외공연기획 마케팅 회사의 제의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두려움은 없다는 권씨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위한 스펙 쌓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에 나서라고 권한다. 왜냐면 젊기 때문에, 젊음은 실패를 해도 잃어버릴게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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