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저당 설정비' 논란 왜?
근저당설정비란 은행 대출에 따른 근저당 설정시 법무사에 지급해야 하는 위임료 및 등기비용을 말한다. 근저당 설정비 논란은 지난 2003년 감사원 및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고객에게 근저당설정비를 부담토록 하는 은행권에 대한 지적에서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근저당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고 인지세는 50%씩 부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표준약관을 만들어 은행들이 사용하도록 권고했지만 시중은행들은 공정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즉각 대응했다.
이에 1심과 2심은 은행권의 손을 들줬지만 대법원이 이를 파기환송 결정해 결국 지난해 4월‘근저당은 돈을 빌려주는 쪽(은행)이 필요해서 하는 일인만큼 소비자가 부담할 이유가 없다’며 공정위의 개정 표준약관이 정당하다고 최종 확인했다.
이에 따라 근저당설정비를 놓고 벌인 소송전은 지난 10년간 고객들이 지불한 설정비의 환급 여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현재 근저당설정비 환급 집단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약 4만80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은 접수된 서류의 개봉 및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주까지 최종적으로 집계를 마무리하고 변호인단에 서류를 연계할 예정이다.
◆ 소비자 피해 구제 Vs 지출비용 반환 불가
근저당설정비 환급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연맹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소연은 특히 근저당설정비 환급을 금융소비자 피해로 보고, 부당행위에 대해 금융기관별로 강력 대응할 뿐만 아니라 타 기관과 연대해 이용거부 운동 및 적극적인 법적 대응절차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남희 금소연 사무총장은 “일부 금융사들은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원고를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수협, 신협 등 일부 단위조합에서는 소외 합의를 유도하거나 청구금액을 몰래 지급하고 소취하를 종용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소송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의 입장은 고객들의 반환 요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법률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이미 지출한 비용을 반환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약관 개정 이전의 고객이 근저당권 설정비를 부담한 것은 고객의 자율적인 선택이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고객의 설정비 부담이 무효라 할지라도 은행은 고객의 설정비 부담에 대한 반대급부로 금리할인,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한 만큼 은행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손해를 끼쳤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설정비 반환, 금융권 파장은?
일단 금융당국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은행, 학계 등 은행 근저당권 관행 개선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 상반기에 포괄근저당 등에 대한 은행 내규·약관 등을 고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저당 설정비 소송이 민감해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근저당 제도에 제약을 거는 것은 금융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은행권은 설정비 부담을 금리에 전가시킨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8월 대법원 판결한 이후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를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 금리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동안 변동이 없는데도 대출금리는 상승했다.
은행들로서는 소송에 패할 경우 추가 소송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지난 10년간 거둬간 근저당설정비용이 무려 10조~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저당 설정비 주요 경과 자료 / 은행연합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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