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실물경기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다각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2일 한국은행의 박양수 계량모형부장 외 13명이 공동 집필해 내놓은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 책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약 801조원으로 2000년말(267조원)의 3배 수준이며, 2005년말(522조원)의 1.5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또한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연평균 6% 내외에 그치면서, 2005년 129%를 기록하던 가계부채 대비 가처분소득 비율은 2010년 155%로 크게 상승했다. 이 비율은 2009년 기준으로 영국이 172%, 호주가 158%를 기록한 데 비하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집필진은 "현재 가계부채는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부채의 87%가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한 중상위 소득계층(3~5분위)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필진은 가계신용에 대한 수요압력이 상존하는 한편 가계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및 시스템적 리스크 증가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5년 이후 연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이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2000년대 이후 9.11 테러와 리먼 사태 등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침체에 대응한 정책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대출금리가 하락한 점 등이 가계 차입 수요를 늘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총 가계대출 대비 46.5%가 비은행권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이들 수요 중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의 저소득 계층 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다중채무자 수 급증, 저신용등급의 연체율 상승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집필진은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 및 이자상환부담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임계치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집필진에 따르면 가계부채 누증은 곧 실물경기의 변동성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채 증가가 저축률을 떨어뜨리면서 소비의 GDP변동성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80%를 넘던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들어 160%에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같은 기간 25%보다 다소 낮았던 저축률은 대폭 떨어져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계부채가 과다해 경제에 부정적 충격을 발생하면, 통화 및 재정정책 역시 유효성이 저하돼 결과적으로 경기회복력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보통 일본과 북구 3국 등이 이러한 과정을 겪었으며 이들이 성장모멘텀을 회복하기까지는 약 6~10년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집필진은 이에 대해 "단기간에 가계부채발 경제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나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서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적정수준으로 유도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이를 위해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통해 과다한 가계차입 수요를 조절하고 내수기반 강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확충하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필진은 최근 지방 주택가격의 가파른 오름세로 주택관련 대출이 지방을 중심으로 대폭 증가하고 있음에 유의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내수기반 강화로 고용창출력을 제고해, 가계의 저축여력을 높이고 소득 확충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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