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러피언투어 첫 승을 거둔 베른트 비스베르거.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한국선수들의 대회 첫 우승 도전은 ‘무명’ 선수의 무결점 플레이에 막혔다.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유러피언투어 대회인 제5회 발렌타인챔피언십(총상금 33억원)의 우승컵은 올해도 외국선수에게 돌아갔다.
29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GC(파72· 길이 7281야드)에는 세계적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갤러리들이 몰렸다. 그러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의 베른트 비스베르거(27)였다.
비스베르거는 대회 2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선 후 줄곧 ‘리더 보드’ 맨 윗자리를 지킨 끝에 유러피언투어 첫 승을 거뒀다. 그의 4라운드 합계 스코어는 18언더파 270타(72·65·65·68)였다. 2위 리치 람세이(스코틀랜드)에게 5타 앞선 완벽한 우승이었다. 우승상금은 약 5억5000만원.
비스베르거는 대회 첫날 13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한 이후 대회가 끝날 때까지 59홀동안 단 하나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았다. 버디만 18개나 잡았다. 마지막 홀에서 4m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한 후 우승이 확정된 순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첫 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그는 “샷이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화내지 않도록 참았다”고 했다. 시차, 생소한 환경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흘 내내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된 듯하다.
그는 아마추어시절인 2003년 스키를 타다 뼈가 부러져 골프를 그만둘까도 했다. 그러나 재활에 성공한 후 2004년부터 오스트리아 아마추어스트로크플레이에서 3년 연속 우승한 후 2006년 프로가 됐다. 2009년 유러피언투어카드를 땄으나 성적이 신통치 않아 2010년엔 챌린지(2부)투어로 밀려났다. 절치부심끝에 챌린지투어에서 2승을 올렸고 지난해 다시 유러피언투어로 올라온 그는 2위를 두 차례나 한 다크호스였다.
이 대회전까지 세계랭킹은 170위,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은 93위였다. 그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한국에서 맞이하며 ‘오스트리아 대표골퍼’로 자리매김했다.
양용은(40· KB금융그룹)과 재미교포 데이비드 오는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이안 폴터(잉글랜드) 등과 함께 공동 1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배상문(26· 캘러웨이)은 6언더파 282타로 공동 20위, 김경태(26· 신한금융그룹)는 1오버파 289타로 공동 54위를 기록했다.
2008년 제주에서 시작된 이 대회는 올해까지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 통차이 자이디(태국), 마커스 프레이저(호주),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비스베르거를 챔피언으로 냈다. 한국선수들의 우승 도전은 6회째인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 출전선수 가운데 세계랭킹(12위)이 가장 높은 애덤 스콧(호주)은 최종일 7언더파로 선전, 합계 8언더파 280타의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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