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차관 상환 통지했다는데…거부하면 받을 길 없어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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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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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정부가 북한에 제공한 식량차관의 첫 상환 기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이에 따른 대북 제재 확대로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북한이 상환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 장치가 전무해 9억 달러 규모의 식량차관을 고스란히 떼일 위기에 처했다.

9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 4일 북한 조선무역은행에 대북 식량차관의 첫번째 원리금 상환 기일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통지했다. 수출입은행은 남북협력기금 수탁기관으로 조선무역은행과 차관 제공에 대한 계약 체결 및 실무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6차례에 걸쳐 북한에 제공된 식량차관은 7억2005만 달러로, 이자 1억5528억 달러를 더하면 북한이 상환해야 할 원리금은 8억7533억 달러에 달한다.

만기는 30년(10년 거치 후 20년 분할 상환)이며 연이율 1%가 적용됐다. 오는 6월 7일 만기가 도래하는 원리금은 583만 달러로 지난 2000년 지원한 차관 8836만 달러에 대한 첫번째 상환분이다.

그러나 북한이 약속한 날까지 돈을 갚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데다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상환 의무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를 기습적으로 발사하면서 미국과 남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는 등 최근 남북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돈을 갚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남북 간 식량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상환기간과 상환조건에 대한 조항은 있지만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명시돼 있지 않다.

또 남북 당국이 합의할 경우 현물 등 다른 방법으로 상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를 감안할 때 협의 창구를 개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상환이 지연될 경우 부과할 수 있는 지연배상금 2%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아직 북한의 미상환 가능성을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통일부와 협의해 원만하게 처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도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북한의 향후 행보를 지켜본 후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을 차관 형식을 빌어 제공했던 DJ·노무현 정부와 남북 관계를 낭떠러지 국면으로 내몰았던 이명박 정부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만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하면서 차관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던 게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북한이 상환을 거부할 경우 국제 소송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정부가 이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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