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나라 어사대부 조착(晁錯)의 교훈과 오락가락하는 대기업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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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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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G:CENTER:CMS:HNSX.20120514.004109371.02.jpg:]중국 한나라 시절, 재정 경제에 밝았던 어사대부 조착(晁錯)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사진=박찬흥 아주경제 산업부국장>
중국 한나라 시절, 재정 경제에 밝았던 어사대부 조착(晁錯)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당시 과중한 세금과 잦은 부역으로 고통을 겪는 백성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황제인 문제(文帝)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조착은 논귀속소(論貴粟疏)라는 제목의 상소문에서 ‘홍수와 가뭄이 있을 때마다 세금과 부역을 동원하니 백성들의 원성이 높다’고 호소했다. 그는 ‘부역과 세금징수는 일정한 때도 없고 아침에 내려진 법령은 저녁에 바뀐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을 질타했다. 그 유명한 조령모개(朝令暮改)는 바로 이때 나온 말이다.

요즘 한나라의 조착이 외쳤던 조령모개의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는 일이 있다. ‘뒤집고 또 뒤집는’ 대기업정책이 그 것이다.

지난 2008년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대기업 정책은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로 통했다. 대기업이 잘 되면 그 성장의 효과가 중산층과 서민에까지 이어진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Trickle Down)` 효과.
‘넘쳐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신다’는 적하정책(滴下政策)이 당시 대기업정책의 골간이었다.

이를 실현키위해 정부는 고환율(원화 약세)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수출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폈다. 정권 초기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약 고환율이 아니었다면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이 아니라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를 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만큼 비즈니스 프랜들리 실현에 주력했다.

뿐만아니다. 기업의 세금을 낮추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부는 이 모든 정책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대기업은 호황을 누렸지만, 물가가 치솟았다. 정책의 성과는 있었지만, ‘트리클 다운’ 효과가 실종됐다.

양극화가 커지자 민심이 들끓었고 정치권도 요동쳤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대기업정책의 기조 자체가 흔들렸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인 고환율과 감세 기조를 전격 철회하고, `친서민` 정책으로 U턴 한게 이 시기다. 물가를 잡겠다며 기름값과 통신요금을 내리라고 시장에 개입했고, 대통령이 직접 재벌의 골목상권 진출을 비판하기도 했다.

급기야 폐지했던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과 대기업 통합관리법 신설 등 전방위적인 변화가 꼬리를 이었다.

최근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과 상생을 제대로 못한 7개 기업의 명단까지 발표하면서 '낙제' 낙인을 찍기도 했다.

글로벌 소비자를 상대하는 대기업으로선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를 지켜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들 줄세우기"라며 적지않은 반감을 표시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되는 시대를 맞았다. 불과 3년만에 급선회한 대기업정책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성장보다 물가'를 외치고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접는 대신 '동반성장·친서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문에 실종과 상실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체계적인 정책수립으로 우리 대기업이 세계무대에서 쾌속질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아침의 법령이 저녁에 바뀌는 조령모개식 정책이 아닌 백년대계의 정신이 담긴 정책이 시급한 것이다.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아닌 일관성 있는 정책 관리가 절실하다.

중국 한나라 조착이 남긴 교훈이 다시 떠오르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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