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들이 여전히 특정기업 눈치 보기에 바빴다. 블리자드의 신작게임 ‘디아블로3’ 출시 이벤트로 엔씨소프트 주가가 요동을 치면서 여의도 증권가도 들썩거렸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해 코멘트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나서서 익명으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 등 투자자들보다는 기업 눈치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쟁사의 신작 게임 ‘디아블로3’ 출시를 하루 앞두고 엔씨소프트 주가가 신저가로 추락했던 전날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는 하나도 없었다. 그 다음날인 이날까지도 이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는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 게임업계의 최대 기대작이 단연 디아블로3와 엔씨소프트의 블러드앤소울인 만큼 디아블로3의 한정판과 일반판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것은 엔씨소프트와 관련된 큰 이슈다. 디아블로3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블레이드앤소울이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시장에서 퍼졌음에도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리포트도 내지 않은 것이다. 이 영향으로 엔씨소프트는 3거래일째 큰 폭으로 하락하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폭탄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의 시선에서 투자의견을 내놔야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코멘트 요구에 할 말이 없다고 하거나 익명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디아블로3에 대한 분위기가 현실적으로 더 나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보다는 기업 간의 관계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소신 있는 발언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형주일수록 의견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면 기업 탐방에 애로가 발생하거나 정보 획득에 있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생긴다”며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매일매일 변하는 투자 가치를 예의 주시해서 분석을 수행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이 그만큼 기업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투자 의견을 꺾으면 해당기업은 물론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며 “‘괜히 밉보여 봤자 불편만 따르기 때문에, ‘편히 가자’라는 심리가 만연해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