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플레이로 페널티를 받는 바람에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모건 프레셀. [미국 골프위크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슬로 플레이가 승부를 갈랐다’
스페인의 아자하라 무노스(24)가 21일(한국시각) 미국 뉴저지주 해밀턴팜GC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 결승에서 캔디 쿵(대만)을 두 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0년 투어에 진출한 그는 이번이 투어 첫 승이다. 우승상금은 37만5000달러(약 4억3700만원).
무노스는 이날 결승에 앞서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모건 프레셀(24· 미국)에게 2&1로 승리했다. 그런데 그 경기에서 프레셀이 ‘슬로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아 논란이 됐다.
준결승에서 프레셀이 12번홀(파3)까지 3홀차로 앞서나갔다. 12번홀에서는 파를 잡고 보기에 그친 무노스와 격차를 더 벌렸다. 여섯 홀 남기고 3홀 앞섰으니 프레셀의 승리가 예견됐다. 그러나 13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경기위원이 다가와 프레셀에게 페널티를 줬다. ‘12번홀에서 슬로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매치플레이에서 페널티는 그 홀의 패(敗)다<규칙 6-7>. 페널티는 프레셀의 ‘12번홀 패’로 적용됐고, 프레셀은 ‘3홀차 리드’에서 졸지에 ‘1홀차 리드’가 돼버렸다.
프레셀은 경기위원에게 “무노스도 슬로 플레이를 했는데 나만 페널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낙담한 프레셀은 15번홀에서 무노스에게 버디를 맞고 ‘올 스퀘어’(동타)를 허용했다. 프레셀은 그 홀에서 무노스가 규칙위반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경기위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노스가 버디퍼트를 하기 전에 퍼트헤드로 퍼트라인을 터치했다는 것’<규칙 16-1a>이 프레셀의 말이었다.
눈물을 글썽이던 프레셀은 16, 17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3, 4위전에서 비키 허스트를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상금은 15만달러(약 1억7500만원). 상금보다는 2008년 카팔루아 LPGA클래식 이후 약 4년만에 투어 3승째를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더 아쉬웠을 법하다.
1대1로 맞붙는 싱글 매치플레이에서는 샷당 30초가 주어진다. 거기에 10초의 ‘플로스 알파’가 감안된다. 12번홀은 파3이고 프레셀은 파를 했으므로 그가 세 번의 샷을 하는동안 쓸 수 있는 시간은 100초(30초×3+10초). 그러나 경기위원이 잰 시간은 129초로 나왔다. 프레셀은 29초를 초과했기 때문에 페널티를 받았다고 경기위원은 설명했다.
미LPGA투어에서 슬로 플레이로 페널티가 주어지기는 7년만의 일이다. 미PGA투어에서는 1995년 혼다클래식에서 글렌 데이가 1벌타를 받은 것이 최근 사례다.
2주전 미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케빈 나의 사례로 촉발된 슬로 플레이는 미LPGA투어에서 강력한 규제를 하고 나섬으로써 골프계에 핫이슈가 됐다. 국내에서 슬로 플레이에 익숙했다가 미국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은 집중타깃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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